"'통합' 유훈 되새겨"…부마·광주 민주항쟁 나란히 강조
민주주의 정통성·국민통합 가치 부각하며 합리적 보수층에 '손짓'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두고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는 등 진영 논리에 따른 대립 구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에 헌신한 김 전 대통령의 가치를 이어받아 통합과 화합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2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에서 "문민정부가 연 민주주의의 지평 속에서 대통령님이 남기신 '통합'과 '화합'이라는 마지막 유훈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통합'에는 87년 민주화 항쟁을 함께 이끌고도 끝내는 다른 길을 걸었던 호남과 부산·경남 민주화 세력의 통합을 바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소속으로 '김대중 정부'의 유지를 이어 정권을 재창출한 만큼 부산·경남 지역의 민주화 세력을 상징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훈도 받아 안아 민주주의의 장애물인 지역 구도를 타파하겠다는 것이다.
추도사에서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제 자리를 찾은 민주주의의 변곡점을 짚으면서 4·19혁명, 6월 항쟁과 함께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항쟁을 나란히 언급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김 전 대통령이 취임 후 3개월이 지나 발표한 담화문에서 '문민정부의 출범과 그 개혁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한 점을 부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3당 합당 후 보수 진영과 함께 한 PK(부산·경남) 민심을 비롯한 중도·보수 진영을 끌어안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도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와 대표적인 '상도동계' 인사인 김덕룡 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이를 '중도 보수가 함께하는 국민 대통합의 출발'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은 민주화를 이룬 업적을 이어받겠다면서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에 걸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나서서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업적을 강조한 것은 현 정권이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잇겠다는 뜻과 함께 과거 하나였던 민주 세력을 하나로 묶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전 대통령과 같은 경남 거제 출신에 경남중·고 후배이기도 한 문 대통령은 실제로 1990년 3당 합당을 하기 전까지 부산을 기반으로 김 전 대통령과 민주화운동을 함께하기도 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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