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억원 장비수출 스카이소프트젤 대표…"'원스톱' 수출지원 필요"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중소기업 공장의 개소식에 총리가 참석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세금을 내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을 존중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건강보조제 등에 쓰는 연질캡슐성형기 제조업체인 ㈜스카이소프트젤의 심동빈(54) 대표는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제조업이 빈사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호주에도 노릴만한 시장이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스카이소프트젤은 지난 17일 시드니 서부에서 공장 개소식을 한 호주업체 '바이텍스'(Vitex)에 미화 500만 달러(55억원) 상당의 공장 핵심 설비를 납품했다.
건강보조제 제조부문으로는 호주 최대 규모인 이 공장은 약 1억 호주달러(900억원)가 투자됐고 앞으로 420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되면서 중소기업 공장 개소식에는 이례적으로 맬컴 턴불 총리까지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호주는 지난달 GM 홀덴 공장의 폐쇄로 자동차 공장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제조업 붕괴의 우려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심 대표는 바이텍스의 창업자인 레바논계 엘리 차미 회장과 10년 전 맺은 인연이 이번 기계설비 납품의 계기라고 소개했다.
심 대표는 "2008년 엘리 회장이 제3자 소개로 우리 회사를 직접 찾은 것이 첫 만남이었다"며 "2011년에 처음으로 바이텍스에 30만 달러어치의 기계장비를 수출했고 이번에는 500만 달러까지 끌어올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재 공장이 3배로 확장할 계획인 만큼 추가 납품도 기대된다.
심 대표는 "품질과 가격도 중요하지만, 사후 서비스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담보도 없이 비용 일부의 지급을 유예해 주는 등 신뢰를 보낸 것이 주효했다"며 그동안 서로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등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이날 개소식을 마친 엘리 회장은 심 대표를 향해 "나의 형제"라며 얼싸안고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라고 거듭 인사했다.
심 대표는 무역회사인 ㈜쌍용에서 플랜트·에너지 수출담당으로 일하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발발 수개월 전에 회사를 나와 인천 남동공단에서 창업했다.
현재 건강보조제 기계설비 제조에 주력해 매출의 거의 100%를 해외에서 내고 있으며, 올해는 매출 2천만 달러(220억원)를 기대하고 있다.
심 대표는 청정지역인 호주가 건강식품의 세계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오랫동안 호주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현재 전체 매출의 20%는 이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호주에 법인도 설립했다.
코트라(KOTRA) 시드니무역관의 서강석 관장은 "지난 4월 시드니 전시회에서 스카이소프트젤이 전시장 중앙의 넓은 공간을 확보, 대형기계들을 설치해 인상적이었다"며 회사 측의 의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코트라의 '지사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1년에 3~4개월을 해외에서 보낸다는 심 대표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려면 어려움이 많다"며 "나는 종합상사 출신이라 그럭저럭 극복해왔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중소기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어 "각 정부기관이 힘을 모아 해외 현지에 사무공간이나 주택, 마케팅, 정보 등을 일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중소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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