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7년 연기…업계재편·저유가로 사업환경도 악화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미쓰비시항공기가 개발하고 있는 첫 자국산 제트여객기 중형제트여객기(MRJ)가 처음으로 주문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자회사인 미쓰비시항공기가 현재까지 수주한 MRJ 450대 가운데 일부가 취소되는 사태가 예상된다.
미쓰비시항공기는 ANA홀딩스 25대, 미국 TSH 100대 등 고객사로부터 총 447대의 MRJ 주문을 받았지만, 1호기 고객인 ANA에 대한 납입을 다섯 차례 연기한 끝에 당초 계획한 2013년보다 7년이나 늦은 2020년으로 미뤘다.
각국 항공당국으로부터 안전성 인증인 '형식증명'을 취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사이 국제 항공업계가 재편되면서 기존 수주가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이스턴항공이 2014년 9월 MRJ 40대 계약에 서명했지만 지난 6월 이스턴항공을 인수한 스위프트항공은 신규 항공기 계획 발표 때 MRJ 계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기반의 스위프트 측은 조만간 보잉 737 주문을 13대에서 18대 정도로 늘릴 것이라고만 밝혀 미쓰비시 측을 긴장시켰다.
이에 대해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주문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몇년 새 배럴당 100달러에서 절반 수준인 50달러대로 떨어진 점도 악재다.
MRJ는 다른 기종에 비해 30% 개선된 연비를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유가 하락으로 항공사들이 연비에 큰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 봄바디어, 브라질 엠브라엘 등과 벌이는 중소형 여객기 시장 쟁탈전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점도 부담이다.
MRJ 개발 비용은 당초 예상한 2천억 엔을 넘어 5천억 엔(약 4조8천600억 원)에 육박했다.
형식증명 조기 취득을 위해 지난 1월 외국인 기술자를 대량 채용하기로 한 점도 비용증가 요인이 됐다.
미쓰비시항공기는 7년 전 보잉의 조종실 공동 사용 제안을 거부하는 등 MRJ 독자개발에 집착하면서 비용절감 기회도 날렸다.
신문은 미쓰비시중공업이 리니어 신칸센 차량, 유람선 사업 등에서 거액손실을 봐 본사 차원의 지원도 어렵다며 일본 첫 제트여객기 개발이 최대 난국을 만났다고 지적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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