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테러·의료법 위반 우려" vs "목숨 구해서 인권 지켰을 뿐"
김종대 "존경하는 의사 이국종에 무리한 부담드려 유감" 표명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류수현 기자 = 정의당 김종대 의원과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이 22일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의료기록 공개 범위와 적절성을 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브리핑을 통해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김 의원은 이 센터장이 치료 중인 귀순자의 회복 과정을 '지나치게' 자세히 공개한 데 대해 '인격 테러'라고 주장하며, 의료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센터장은 자신을 포함한 의료진은 환자의 목숨을 구해 그의 인권을 지켰을 뿐이라고 강조하며 김 의원의 비판에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김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귀순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사격을 당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부정당했다"며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돼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병사를 통해 북한은 기생충의 나라, 더러운 나라, 혐오스러운 나라가 됐다"면서 "저는 기생충의 나라 북한보다 그걸 까발리는 관음증의 나라, 이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다시 페이스북에서 "의료법 제19조는 의료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며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이 센터장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이 센터장은) 군 정보기관 요원들이 수술실에 들어와 멋대로 상태를 평가하도록 방치한 것에 대해서도 깊은 책임과 유감을 표명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이 센터장은 이날 오전 11시 2차 브리핑에서 귀순자의 상태를 설명하던 도중 김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센터장은 "(의사인) 우리는 칼을 쓰는 사람이며, 가장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전문화된 일에 특화된 사람들이라서 말이 말을 낳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갈 힘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 병원 중증외상센터에는 북한 군인 말고도 환자 150명이 더 있어 (의료진 모두) 다들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라며 "북한군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 몸 안에는 변도 있고 기생충도 있고, 보호자에게 통상 환자 소견을 이야기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한다"며 "만약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면 어찌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록은 비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환자 프라이버시 보호와 국민, 언론의 알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파문이 확산하자 김 의원은 이 센터장에게 유감을 표명하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YTN 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이 센터장을 직접 찾아가든지 메시지를 발표해서 존경하는 의사에게 무리한 부담을 드린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판문점에서 총상을 입은 환자의 생명이 위독한지 알고 싶은데 총상과 무관한 과거 질병이나 신체적 결함이 주된 이슈로 부각되면서 문제의 본질이 전도되고 있어 경종을 울리려고 했던 것"이라며 "이 센터장을 공격한 것으로 오해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애초 군 당국의 무리한 개입이 문제였다"며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무엇이며, 대한민국 전체가 이성이 마비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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