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대연정' 문호개방 권고, 간판 교체 필요도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독일 재계에 영향력이 큰 조 케저 지멘스 회장이 정치권의 연정 구성 실패와 관련,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 연합과의 대연정 협상 불가 태도를 유지하는 사회민주당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일간 디벨트는 22일(현지시간) 케저 회장이 또 총선을 다시 치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면서 "매우 사려 깊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통합능력을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연정 구성에 관한 정당 책임을 강조하며 각 정파와 대화에 나선 가운데 그가 정국 위기 해결사로 타개책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깃든 발언이다.
케저 회장은 지난 9월 총선 때와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으므로 "재선거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인 뒤 마르틴 슐츠 사민당 당수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만나기도 전에 차기 정권에선 야당 역할을 하겠다고 재차 밝힌 것은 성급했다고 짚었다.
그의 이 언급은 총선 이후 협상을 지속하다 실패한 기민기사연합,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 연정 대신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 간 대연정 협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일부 여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사민당 내에서도 사민당이 대연정 '조연'을 다시 한 번 한 뒤 포스트 메르켈 시대를 맞았을 때 집권을 주도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세력이 있다.
케저 회장은 연정협상 결렬을 선언한 자민당에 대해서도 설혹 총선이 다시 치러진다면, 많은 시민은 다시 이 정당에 표를 줘야 하는지 숙고할 수 있다고 말하고 "그건 정부를 운영할 의지가 없는 당에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다시 재선거를 가정한 채 철자 수수께끼에 빗대어 "총선을 다시 치른다면 사민당은 한 개 철자 빼곤 나머지는 다 그대로 둘 수 있다"면서 "'U' 대신 'O'"라고 그 한 개 철자를 콕 찍었다.
신문은 케저 회장이 이에 대해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사민당에 모호하게 조언한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아마도 슐츠(Schulz) 당수와 올라프 숄츠(Scholz) 함부르크 시장을 암시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당의 간판을 슐츠(U)에서 숄츠(O)로 바꾸는 것이 사민당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라는 거였다.
작년 11월 당시 지그마어 가브리엘 사민당 당수는 자신의 인기가 메르켈 총리에게 크게 뒤지는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슐츠 유럽의회 의장이 대안 인물로 거론되는 데 대해 "언론이 나랑 슐츠 의장만 총리 후보로 조명하는 건 불공평하다"면서 "제3의 인물이 있다는 걸 잊고들 있는데, 바로 올라프 숄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민당은 그러나 숄츠가 자신은 적임이 아니라며 물러서 9월 총선을 슐츠 간판 아래 치렀고, 역대 최악의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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