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겸 상사와 원치 않는 관계…신고 소용 없고 동료 외면받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투자은행인 맥쿼리의 미국지사가 직원 간 성 추문과 관련해 거액의 소송에 휘말렸다.
한 직원이 동료 겸 상사의 성희롱을 회사 측에 알렸으나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고, 동료들로부터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며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도움을 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2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에 따르면 맥쿼리 미국지사의 간부직원인 크리스티나 맥로플린(40)은 회사 측과 함께 성희롱 가해자라며 전직 동료 겸 상사를 상대로 미화 4천만 달러(436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66쪽의 소장에 따르면 크리스티나는 회사 동료인 로버트 안셀로부터 꾸준한 압력을 받아 2015년부터 올해까지 2년 이상 원치 않는 관계를 지속했다.
크리스티나는 자신이 지독한 성희롱의 피해자임을 신고하자 회사 측은 오히려 보복하듯 일을 잘못 처리했고, 결국 무성한 소문 속에 동료들로부터 회사를 그만두도록 외면을 받고 오명이 씌워졌다고 주장했다.
동료들의 수군거림으로 크리스티나는 회사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훼손됐다는 주장도 폈다.
사정은 이랬지만 회사 측은 어떤 이성적인 사람도 견뎌낼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조장했다고 크리스티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에는 원치 않는 성행위, 출장을 가장한 밀회, 외설적인 사진, 승진을 포함한 고용상 이익을 조건으로 하는 성희롱이 포함됐다.
크리스티나가 소송을 내기 수 주 전인 지난달, 로버트는 회사를 그만뒀다.
싱글맘인 크리스티나는 골드만삭스에서 7년을 일한 뒤 2012년 맥쿼리에 입사했으며, 최근 한 미디어로부터 뛰어난 여성 금융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로버트는 2015년 6~7월께 크리스티나가 이혼문제로 승강기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뒤 집요하게 따라붙기 시작했으며, 올해에는 직속 상사가 됐다.
결국, 지난 7월 로버트의 아내에게 발각되고 나서야 둘 관계는 완전히 끝이 났다.
맥쿼리의 한 대변인은 "우리는 최근에야 이런 주장을 인식하게 됐으며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터 내 부적절한 행위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으며 그런 행동에는 관용이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지난 9월 맥쿼리 내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적 문화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은 바 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