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밖에 없는 게 명품, 샤넬·디올 명품으로 부를 수 있나"

입력 2017-11-23 06:23   수정 2017-11-23 09:00

"하나밖에 없는 게 명품, 샤넬·디올 명품으로 부를 수 있나"

'오뜨꾸뛰르 대모' 설영희 디자이너 "우리 옷 아껴줬으면"

"30년 전 고객이 딸 데리고 가게 올 때 큰 보람"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국내 패션 산업은 고객들이 우리 옷의 가치를 알아봐 줄 때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32년째 한국 패션계에 몸담아온 설영희 디자이너는 지난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설 디자이너는 1986년 데뷔해 오뜨꾸뛰르 컬렉션을 꾸준히 제작해왔다.

오뜨꾸뛰르는 '고급 재봉'이라는 프랑스어로, 주로 소수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생산하는 고급 맞춤복(주로 여성복)을 의미한다.

설 디자이너는 "새로운 원단을 제작하고, 패턴을 찾고 디자인하는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며 "이윤을 크게 남기지 못해도 고객들을 생각하며 늘 공들여 작업한다"고 돌아봤다.

패스트패션과 유명 브랜드 의상이 유행하는 요즘 시대에 오뜨꾸뛰르는 점차 사장되고 있다.

지나치게 명품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도 이에 일조한다.

하지만 설 디자이너는 오뜨꾸뛰르가 사라지면 우리나라의 패션 산업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는 "오뜨꾸뛰르는 디자이너, 재단사, 재봉사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다"며 "기성복 업체들이 점차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지만, 오뜨꾸뛰르 디자이너들은 봉제업계와 꾸준히 상호 작용을 한다"고 강조했다.

설 디자이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게 명품인데 샤넬이든 디올이든 패션쇼에 나오면 같은 제품을 수십만장 찍어낸다"며 "그걸 명품이라 부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오뜨꾸뛰르의 가치를 알고 명품보다 우리 옷을 아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설 디자이너는 꾸준히 한국 패션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올해 제27회 한국섬유패션대상에서 디자이너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대단하신 분들이 많은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매우 영광"이라며 "30년 넘게 오뜨꾸뛰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듯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1일 열린 설 디자이너의 '2018 봄·여름(SS) 오뜨꾸뛰르 컬렉션'에는 역시 패션계에 몸담은 아들 양현준씨가 함께 무대에 서 눈길을 끌었다.

아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설 디자이너는 패션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아는 만큼 우려도 컸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아들의 패션에 대한 열정을 보며 생각이 바뀌어 지금은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디자이너는 "젊을 적 내 옷을 입던 고객이 30년이 지나 딸을 데리고 우리 가게를 찾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후배들도 이러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옷을 지어 한국 패션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kamj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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