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144홀 강행군…세계랭킹 75위 이내 KLPGA 정상급엔 기회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내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입 장벽이 훌쩍 높아진다.
LPGA투어는 내년에 치르는 퀄리파잉 토너먼트(이하 Q스쿨) 최종전을 8라운드 144홀로 치르기로 했다.
최종전은 4라운드 대회 2개를 치르는 방식이다. 먼저 4라운드 대회를 치르고 사흘을 쉰 뒤 장소를 옮겨 또 4라운드 경기를 한다.
2차례 대회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상위 20명에게는 이듬해 전경기 출전권을 부여하고 21위부터 45위까지는 조건부 출전권을 주는 것은 현행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차례 대회마다 타이틀 스폰서를 유치해 순위에 따른 상금도 지급한다. TV 생중계도 추진한다.
LPGA투어 Q스쿨 최종전은 5라운드 90홀 경기로 치러왔다. 오는 28일(한국시간)부터 12월4일까지 열리는 올해 Q스쿨은 현행대로 90홀 경기다.
그렇지 않아도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Q스쿨을 무려 3라운드 54홀이나 늘이는 것은 진입 장벽을 높여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만 LPGA투어에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LPGA투어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현행 Q스쿨 방식이 선수의 기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정말 뛰어난 선수라면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Q스쿨을 통한 LPGA투어 진출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은 LPGA 2부투어 시메트라투어를 더 활성화하겠다는 복안도 깔렸다.
완 커미셔너가 "더 어려워진 Q스쿨을 거치는 것보다는 1년 동안 시메트라투어를 뛰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인 이유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아예 2012년 Q스쿨을 폐지하고 2부투어인 웹닷컴투어를 통해서만 신규 회원을 충원한다.
LPGA투어는 시메트라투어 시즌 상금 상위 10명에게 이듬해 LPGA투어카드를 부여한다.
최종전에 앞서 치르는 Q스쿨 1, 2차 예선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1, 2차 예선을 통해 최종전에 진출하는 선수가 현행 80명에서 20∼30명 정도로 확 줄어든다.
대신 어느 정도 경기력을 이미 검증받은 선수에게 최종전 직행 기회가 주어진다.
LPGA투어에서 상금랭킹 101위∼150위 선수와 시메트라투어 상금랭킹 11∼30위 선수, 그리고 미국 대학 골프 랭킹 5위 이내 선수는 예선 면제다.
주목할 점은 LPGA투어 비회원 가운데 세계랭킹 75위 이내 선수도 예선을 면제해준다는 사실이다.
23일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 75위 이내에는 LPGA투어 비회원 한국 선수가 무려 15명이다. 이 가운데 일본에서 뛰는 이지희, 전미정, 신지애, 이보미, 안선주를 뺀 10명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다.
특히 20명에게 풀시드를 주는 최종전에 출전 선수를 108명으로 제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KLPGA투어 정상급 선수에게는 LPGA투어 진입 장벽이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KLPGA투어 정상급 선수라면 2차례 4라운드 대회를 연속으로 치른다해도 20위 이내 입상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소한 5라운드 90홀 경기 단판 승부보다는 익숙한 4라운드 대회를 두번 연속 치르는 게 더 부담이 적을 수 있다.
Q스쿨 제도의 변화가 미국 무대 진출을 노리는 KLPGA투어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러나 예단하기 쉽지 않다.
그동안 Q스쿨은 LPGA투어에 진출하려는 국내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통로였다.
박세리(40), 김미현(41), 한희원(39), 장정(37), 이미나(36), 최나연(30), 박희영(30), 장하나(25), 김세영(24) 등 한국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뽐냈던 선수들 대부분 QT스쿨을 통해 LPGA투어 무대를 밟았다.
김인경(29), 유선영(30), 이일희(29), 이미림(27) 등도 Q스쿨을 통과했다.
하지만 그동안 Q스쿨의 인기는 갈수록 시들해졌다. 지난해 이정은(29)이 Q스쿨을 통해 LPGA투어에 입성했을 뿐이고 올해는 KLPGA 투어 출신 응시자가 없다.
KLPGA투어의 상금 규모가 워낙 커진 게 한몫했다.
LPGA투어에 목을 맬 만큼 절박하지 않다는 얘기다.
많은 정상급 선수들은 '고진영 방식'이나 '박성현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고진영 방식'은 비회원 신분으로 LPGA 투어 대회에서 출전해 우승해 LPGA투어에 무혈 입성하는 것이다.
국내 투어를 뛰면서도 LPGA투어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성공 사례도 적지 않다.
비회원 우승으로 LPGA투어에 진출한 선수는 안시현(33), 이지영(32), 홍진주(34), 신지애(29), 서희경(28), 유소연(27), 백규정(22), 전인지(23),그리고 최근 고진영 등이다.
'박성현 방식'은 비회원으로 출전한 LPGA투어 대회에서 상금랭킹 40위 이내에 해당하는 상금을 모아 LPGA투어 카드를 획득하는 것이다.
지난해 박성현(24)이 이런 방식으로 LPGA투어에 진출했다.
KLPGA투어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치면 연간 4∼5회 이상 LPGA투어 대회에 초청선수로 출전할 수 있기에 '고진영 방식'과 '박성현 방식'은 최정상급 선수라면 노려볼 만 하다.
올해 한국 무대를 석권한 이정은(21)은 "아직은 아니다"라면서도 "아마 2, 3년 안에 터닝포인트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정은이 말한 '터닝포인트'는 바로 고진영처럼 LPGA투어 대회 우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LPGA투어 진출을 목표로 삼는 최혜진(18)은 '고진영 방식'과 '박성현 방식'을 병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변화된 Q스쿨이 다시 한국 선수들을 끌어들일 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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