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기고문…"트럼프, 결국엔 '틸러슨 외교경로' 많이 택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교체설을 포함, 거취 논란에 가장 많이 휩싸여온 인물로 꼽힌다. 그런데도 어쨌든 그는 아직은 건재하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22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쓴 '렉스 틸러슨의 비밀 생존 무기'라는 기고문에서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이방인'인 그의 워싱턴 생존법에 대한 관전평을 풀어냈다.
이그나티우스는 "틸러슨 장관과 관련해 흥미로운 대목은 그가 출구 쪽으로 향해 가는 듯 보이지만 아직 떠나지는 않고 여기 있다는 것"이라며 "워싱턴의 많은 분석가 전망대로 조만간 잘릴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10달 전 취임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외교적 목표를 추구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 관계자들은 그를 무시하고, 국무부는 그에게 분개하고 있으며, 대부분 언론도 그를 경멸하지만,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미국 관료들이 워싱턴의 엘리트층 의견에 대해 신경을 안 쓴다고 말하곤 하는데 틸러슨 장관은 정말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그나티우스는 틸러슨 장관이 갖은 잡음 속에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 '생존 비결'로 '든든한 우군'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의 측면지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매티스 장관에 대해선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틸러슨 장관은 매티스 장관과 '2인3각 경주'를 하는 격이다. 매티스 장관은 틸러슨 장관의 판단을 존중하고, 정부에서 갖가지 일이 일어날 때마다 늘 틸러슨 장관의 편이 돼 주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과는 소울메이트가 아닐지 모르지만, 매티스 장관에 대해서는 싸움을 걸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7월 말 이른바 '멍청이 발언'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사퇴 결심을 굳혔던 틸러슨 장관을 강하게 만류한 대표적 인사도 매티스 장관인 것으로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다.
이그나티우스는 "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결합이 그리 오래가지 않으리라 예측했지만, 지금까지 지탱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자 간에 불일치됐던 많은 영역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종국에는 틸러슨 장관이 주장한 외교적 경로를 택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틸러슨 접근법'을 택한 대표적 예로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대화 강화와 시리아 사태 안정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력을 들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부분 중 하나가 틸러슨 장관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를 이어가도록 물밑에서 중국을 계속 설득해 왔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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