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 일각, 대연정 대화 관심…'다시 당선 못될까봐?' 재선거 손사래
자민 일각서 재협상 목소리…슈타인마이어 대통령, 극우 AfD도 만나기로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연립정부 협상 결렬로 혼돈에 빠진 독일에서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에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의 협상이 깨진 뒤 사민당의 연정 참여가 재선거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미 현재 메르켈 총리의 3기 내각에서 대연정에 참여한 사민당에 대연정 연장을 요구하는 셈이다.
사민당은 지난 9월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거둔 뒤 제1야당의 길을 선언한 상태다.
메르켈 총리는 "소수 정부는 회의적"이라며 재선거 카드로 배수진을 치고 사실상 사민당을 상대로 압박에 들어갔다.
사민당은 연정 협상 직후 일찌감치 연정 참여에 선을 긋고, 마르틴 슐츠 대표는 "재선거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지만, 당내에선 성급한 언급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사상 초유의 재선거를 막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여론 때문이다.
여기에는 재선거를 치를 경우 다시 당선되지 못할 수 있다는 다선 및 초선 의원들의 셈법도 깔렸다고 공영방송 ZDF는 분석했다.
일간 빌트는 22일(현지시간) 사민당 의원 153명 가운데 30명 정도는 연정 협상 거부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민당 소속의 울라 슈미트 전 보건부 장관은 포커스 온라인에 "연정을 거부한 슐츠의 결정이 당내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민당 대표를 지낸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무장관도 대연정 연장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슐츠 대표는 당 내부가 혼란을 보이자 "며칠, 몇 주 안에 우리는 좋은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사민당 출신으로 연정 성사를 위한 중재역을 자임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23일 사민당 지도부와 면담할 예정이어서 압박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연정 협상 실패해 린트너 대표와 함께 책임론이 부각되던 메르켈 총리가 재선거 카드를 내민 이후 제3자였던 사민당이 유탄을 맞은 형국이 됐다.
그러나 아직 사민당 내부에선 야당의 길을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사민당 내 강경파로 차기 당권·총리 후보 주자군인 안드레아 날레스 원내대표는 과반 미달의 소수 정부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토르스텐 쉐퍼-귐벨 사민당 부대표 등도 이에 동의하고 나섰다. 연정이나 재선거 없이도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대연정에 대한 민심 이반을 확인한 상황에서 다시 대연정을 하는 것은 몰락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분위기도 여전히 강하다.
이와 함께 연정 협상을 깨뜨리며 비판이 집중된 친(親)기업 정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다시 연정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민당 사무총장인 니콜라 비어는 이날 방송 n-tv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조건 아래에서 재협상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크리스티안 린트너 대표는 즉각 "연정 협상은 정책적인 충돌로 끝났다"라며 "녹색당은 음모적이었고 적대적이었다. 결코 신뢰할 수 없다"고 무마에 나섰다고 슈피겔 온라인이 보도했다.
한편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기사당 지도부를 만났다.
또한, 다음주에는 좌파당 지도부와 기성 정치권에서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도부와도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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