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상급생처럼 기자들 다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추수감사절을 앞둔 지난 20일(현지시간) 한 브리핑 진행 방식을 두고 역풍에 처했다.
허커비 대변인은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기자들에게 고맙다. 그건 말할 필요도 없다"며 다소 시니컬한 어투로 말문을 연 뒤 '가족', '신앙', '군', '경찰', '소방인력' 등을 차례로 '고마운 대상'으로 꼽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고마운 상대들을 여러분과 공유했으니, 질문을 희망하는 기자들은 질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마운 것들을 열거해달라"고 뜬금없는 '주문'을 했다.
한두 명을 빼고는 허커비 대변인이 정한 룰대로 따랐지만, 브리핑이 끝난 뒤 상당수 기자가 "마치 하급생 다루는 깡패 상급생처럼 기자들을 다뤘다"는 불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해군 장성 출신의 CNN 군사 분석가 존 커버는 22일 '샌더스가 언론을 어떻게 굴욕 했는가'라는 기고 글에서 "기자들은 질문하는 사람들이고 대변인은 대답하는 사람이다. 기자들이 샌더스 대변인이 하자는 대로 따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와 국방부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나도 완벽한 대변인은 아니었지만, 샌더스 대변인처럼 질문에 앞서 '조건'을 부여하는 일을 했더라면 아마 해고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샌더스 대변인의 고압적 태도가 언론을 적대시하며 평가절하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대 언론 정책 방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논평가인 캐서린 파커도 '트럼프는 벽을 하나 세웠다. 그 이름은 세라'라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샌더스 대변인의 브리핑 스타일을 두고 "기자들을 받아적기나 하는 사람들쯤으로 생각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파커는 "말 안 듣는 3살짜리 어린아이를 꾸짖는 부모처럼 기자들에게 호통을 치며 모욕을 준다"며 "대답을 회피하거나 못마땅한 게 있으면 눈살을 찌푸리고 불편한 진실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예방주사를 놓기 일쑤"라고 지적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 언론 창구로서는 최상의 카드"라고 비꼬았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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