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언론이 '메르켈 조롱""…불편한 獨언론, '위기 과장' 항변

입력 2017-11-23 06:49  

"英언론이 '메르켈 조롱""…불편한 獨언론, '위기 과장' 항변

獨 빌트, 英 데일리 메일 비판…브렉시트 문제 꼬집어

공영 도이체벨레 "지난 12년처럼 메르켈 총리직 계속 수행" 강조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영국 언론이 독일의 정치적 위기를 웃음거리로 삼고 있다는 날 선 비판이 독일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독일 언론에서는 연정 실패로 봉착한 정치적 위기 상황이 상당히 과장됐다는 불만도 나왔다.

독일 최대 부수인 일간 빌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이탈) 영국이 메르켈을 조롱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연정 협상 결렬 사태에 대한 영국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빌트는 영국의 타블로이드 매체인 데일리 메일을 지목하며 메르켈 총리에 대해 '위기의 메르켈이 초췌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며 지적했다.

또한, 메르켈 총리가 연방의회에서 소파에 앉아 손으로 눈과 이마 부위에 손을 얹은 사진에 대해 '좌절 속에 고개를 떨궜다'고 표현했다며 문제 삼았다.

빌트가 '브렉시트 영국'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브렉시트를 놓고 독일과 영국 간의 감정의 골이 파인 점이 영국 언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빌트는 영국은 브렉시트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영국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점 등을 꼬집었다.

빌트는 독일에서, 데일리 메일은 영국에서 각각 유력 대중지로 연성 기사를 위주로 제공한다는 평가를 전문가 사이에서 받는다.






이와 함께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메르켈의 독일 연정 위기가 크게 과장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일의 정치적 혼돈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벨레는 "메르켈 총리가 새로운 정부 구성을 위한 길을 만드는 데 실패했지만 이는 독일이 정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썼다.

아직 메르켈 3기 내각이 굴러가고 있는 데다, 기본법에도 새로운 정부 구성에 대한 시간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들었다.

특히 메르켈 총리가 지난 12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메르켈 총리가 최대 정치적 기로에 섰지만, 총리직까지는 위협받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뒷받침 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총리직이 위기에 놓였다는 시각이 제기된 데 대해 지적한 셈이다.

현실적으로 메르켈 총리가 연정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서 다소 비켜간 데다, 재선거가 이뤄지더라도 정치지형이 변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재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본법에 명시된 절차상에서도 메르켈 총리가 새 총리직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도 떨어진다는 시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메르켈 총리에게 대적할 야권 후보가 없는 데다,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 내에서도 여전히 메르켈 총리의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독일 언론에서는 협상 결렬 첫날을 제외하곤 총리직 위기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잦아든 분위기다.

도이체벨레는 연방하원 의회 의장인 볼프강 쇼이블레가 전날 의회에서 "이 상황은 테스트다. 국가의 위기가 아니다"고 말한 점도 강조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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