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출소한 친부 연락 두절·모친 암투병하다 사망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상주는 17세 소년, 가족은 외삼촌 1명, 조문객은 소년의 친구들 몇 명이 전부.
지난 22일 경기북부지역의 한 장례식장에서 쓸쓸한 하루짜리 장례가 치러졌다.
23일 법무부 의정부준법지원센터에 따르면 보호관찰 대상자인 A(17)군은 지난 21일 자신을 홀로 키워준 어머니(55)의 부고를 들었다.
유방암으로 투병해온 어머니가 결국 숨을 거뒀다는 소식이었다.
A군의 친부는 A군이 어렸을 때 중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장기간 복역한 뒤 지난해 출소했으나 연락은 되지 않는 상태다.
어머니도 아버지의 범죄에 연루돼 몇 년간 교도소에 갔다 왔으며, 그 기간 A군은 보육원에 맡겨졌다.
8살부터 13살까지 보육원에서 지낸 A군의 머릿속에 아버지는 '없는 존재'였다.
보육원에 맡겨지기 전에는 어려서 어머니와의 기억이 별로 없고, 보육원을 나온 뒤에 어머니는 '아픈 사람'이었다.
A군에게는 자신을 제대로 훈육해줄 부모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음식이 있으면 남에게 숨겼다가 혼자서 먹는 것이 버릇이 될 정도로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다.
A군의 어머니가 숨지기 전 갖고 있던 통장을 보면 단돈 75만원이 A군 가정의 전 재산이었다.
A군은 평소에는 말수가 적고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자라면서 점차 분노를 잘 참지 못하는 '문제아'가 됐다.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A군은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또래들에게 주먹질을 일삼았고, 돈을 빼앗기까지 했다. 중학교에서는 유예됐다.
이미 14살에 강도상해죄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지난해 12월에도 폭행죄로 보호관찰 2년 처분을 받았다.
이런 A군의 보호관찰을 맡은 의정부준법원센터에서는 A군이 또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관찰하는 것 외에 제대로 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급하다고 판단했다.
A군은 또래 청소년들이 해보고 싶어하는 일을 준법지원센터 측 도움으로 하나둘씩 경험해볼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동아리에서 도자기 제작활동을 통해 번 수익금으로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21일간의 지리산 둘레길 종주에도 참가했다.
처음에는 변화가 눈에 띄지 않았고 분노도 여전히 자주 드러냈다.
그러다 A군이 드디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몇 달 전부터다.
A군은 올해 3월부터 천주교 돈보스코 직업훈련학교에서 기술을 착실히 배우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고입검정고시에도 응시해 합격했다.
돈보스코 관계자가 '(A군이) 정말 달라졌다. 예쁘다'고 말을 전해왔을 정도다.
그러던 중 다음 주로 예정된 선반·밀링 시험을 앞두고 어머니의 상을 치르게 된 것이다.
의정부준법지원센터는 A군에게 또 다시 닥친 시련에 장례비와 생활비로 쓰라며 직원들이 모은 성금 등을 합쳐 400만원을 전달했다.
의정부준법지원센터 관계자는 "(A군의) 집안환경과 사정이 워낙 안타까워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보호관찰 청소년의 안정적인 사회적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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