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도 퇴직금 줘야"

입력 2017-11-23 16:29  

인권위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도 퇴직금 줘야"

고용노동부 장관에 근로기준법 등 법 개정 권고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퇴직금 등이 보장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3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유급휴일, 연차휴가, 퇴직금을 주고, 무기계약직 전환이 가능하도록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 관련법을 적어도 시간 비례의 원칙에 따라 개정하라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시간 비례의 원칙이란 해당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시간 비율에 따라 이들의 연차휴가 등 근로조건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또 출산·육아 휴가와 업무상 산업재해, 병가 등에 대해서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일반 근로자와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고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실시한 '초단시간 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같이 권고했다.

조사에 따르면 초단시간 근로자는 평균 1만원 남짓한 시급으로 월 40여만원을 벌고 있으며,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 근로자는 17%에 불과했다.

초단시간 일자리의 50% 이상은 같은 사업장의 정규직이나 장시간 비정규직 일자리와 업무가 같았다. 이는 사업주가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고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한 결과라는 게 인권위의 분석이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이런 초단시간 일자리의 연평균 증가율은 9.2%에 달했다. 2015년 기준 58만5천여명이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된다.

인권위는 "시장의 이윤 추구, 생계가 급한 구직자,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초단시간 근로자를 오히려 불리하게 차별하는 관련법, 시장에 복지 책임을 일임하고 가시적인 고용 성과에 정책 방향을 맞춘 정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질 나쁜 일자리인 초단시간 일자리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초단시간 근로자들은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노조 등) 조직률이 미미해 근로실태나 인권상황이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다"면서 "고용부의 근로감독 기능 강화와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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