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도왔다, '홀가분·안도'…포항 수능 무사히 끝나

입력 2017-11-23 17:48   수정 2017-11-23 17:55

하늘이 도왔다, '홀가분·안도'…포항 수능 무사히 끝나

포항 고3 "다른 지역 수험생 수능 연기 때문에 우리 너무 미워하지 말라"

2교시 때 규모 1.7 지진 "영향 없어"…온종일 맘 졸인 학부모도 '해방감'




(포항=연합뉴스) 류성무 손대성 기자 = 여진 불안이 고조됐던 경북 포항에서 23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무사히 끝났다.

수험생, 학부모, 교육 당국자 등의 간절한 바람대로 수능을 치르는 동안 큰 여진이 발생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수능도 차질없이 끝날 수 있었다.

2교시인 이날 오전 11시 35분 51초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규모 1.7 지진이 났지만 규모가 작아 수능시험 진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경북도 수능 상황본부는 긴급하게 대처해야 할 상황이 아니어서 시험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오후 4시 32분에 시험이 끝난 포항제철중, 포항제철고, 오천고, 유성여고, 이동중 주변에는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수험생을 태우려고 나온 학부모 차가 줄을 이었다.

제2외국어와 한문 시험이 치러진 나머지 시험장도 수능이 끝난 오후 5시 40분에 맞춰 수험생 아들, 딸을 태워가려는 차가 몰렸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긴장이 풀려 홀가분한 모습으로 일제히 시험장 밖을 빠져나왔다.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수험생 등을 두드려주거나 안으며 연신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교사들도 아무 말 없이 뺨을 쓰다듬거나 하이파이브로 손뼉을 마주치며 고생한 제자 마음을 위로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심혜경씨는 "올해는 유독 다사다난함 속에서 수능을 치러 힘들었지만 무사하게 끝나 가장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동중학교에서 만난 한 수험생 어머니는 "아침에 데려다주고 직장에서 온종일 지진이 올까 봐 마음을 졸였다"며 "마치면 소고기 사달라고 해서 가족들과 모처럼 소고기로 외식할 생각이다"고 계획을 설명했다.

포항여자전자고에서 시험을 친 두호고 학생 이태선양은 "2교시에 지진을 느끼지 못했다"며 "일단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밝혔다.

이동중학교에서 시험을 친 동지여고 학생 최유리양은 "여진을 약간 느꼈는데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고 2교시 때 전등이 몇 번 깜빡거린 것도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며 "우리도 힘들었으니 다른 지역 수험생 친구들이 우리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전했다.




포항 12개 시험장은 수능이 시작된 이후 차분한 분위기였다.

포항고, 포항 장성고, 대동고, 포항여고 등 4개 시험장에 배정된 수험생 2천45명은 계획대로 포항 남구 포항제철중, 오천고, 포항포은중, 포항이동중으로 고사장을 옮겨 시험에 들어갔다.

기존 시험장은 지난 15일 5.4 규모 지진 진앙과 가까워 수험생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대다수 학부모나 후배들은 입실이 끝나면서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다만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시험을 치르는 학교에 남아서 조용히 기도하거나 서성이면서 무사히 시험을 치르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울진고와 영덕고를 포함한 포항지구 14개 시험장 결시율은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높았다.

포항 각 시험장에는 소방·경찰 등 안전요원 13명씩 배치돼 근무했다.

강한 여진 발생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포항교육지원청에 비상 대기했다.

경북도 수능 상황본부 관계자는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 수험생이 수능을 무사히 치를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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