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포항시험장 관리책임자 "긴장에 긴장…교직 생활 가장 긴 하루"

입력 2017-11-23 17:57   수정 2017-11-23 18:00

[수능] 포항시험장 관리책임자 "긴장에 긴장…교직 생활 가장 긴 하루"

"탈 없이 수능 치른 수험생·감독교사 모두 칭찬"




(포항=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다른 곳은 몰라도 포항에서만큼은 수험생보다 감독교사가 더 긴장한 하루였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압니다."

구항회 포항여자전자고 교장은 대학입학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진 23일 온종일 긴장을 끈을 풀지 못했다.

포항여자전자고 시험장 관리 책임자인 그는 수십년 교직 생활 가운데 오늘이 가장 길었던 하루였다고 했다.

새벽 5시가 안 돼 집을 나온 뒤 학교에서 1㎞가량 떨어진 비상수송용 전세버스 집결지를 돌아본 뒤 학교로 왔다.

오전 5시 30분께 학교에 도착한 구 교장은 교내 22개 수험실을 모두 돌아보며 사소한 것까지 점검했다.

그 뒤부터는 여진이 없어 수능 시험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시험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다른 감독교사에게도 준비 상태를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감독교사가 순간 판단을 잘못하면 수험생은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더해 감독하라고 연거푸 당부했다.

다행히 입실을 시작한 수험생들이 걱정했던 것보다 밝은 모습이어서 다소 안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교시 시험 중에 여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학생들 시험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지진이 다시 올까 봐 걱정도 했다.

구 교장은 "교직 생활 수십년 했으나 오늘처럼 긴장하며 보낸 날은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행히 시험을 무사히 치른 만큼 오랜 기간 준비한 수험생들이 좋은 결과를 얻어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시험장인 포항 영일고 서정윤 교장도 38년 교단생활 가운데 가장 긴장한 상태에서 하루를 보냈다.

오전 4시 30분 학교에 와 수험실 상태를 일일이 점검했다. 밤사이 난 여진에 수험실 안전 상태가 변했을 때를 대비해 구석구석을 모두 살폈다.

서 교장도 수험생이 염려한 것보다 밝은 모습을 오는 것을 보고 걱정을 일부 덜었다.






매 교시가 시작할 때마다 13개 고사실을 모두 돌아봤다.

지난 15일 수능 연기가 결정난 뒤 주말을 반납하고 밤늦게까지 몇 차례나 중복해 안전 점검을 했지만, 혹시 빠뜨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평온한 수험실 모습에 안심하기는 했다고 한다.

그러나 완전히 마음을 놓지 못한 탓에 지진계 모니터가 있는 전산실 등을 수시로 살폈다. 모니터 보는 방법도 모르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교시가 바뀔 때마다 감독관으로 가는 교사에게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중한 판단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 교장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교육 당국 등이 모두 노력한 덕분에 올해 수능을 무사히 치렀다고 본다"며 "사상 초유 수능 연기를 극복하고 시험을 치른 수험생뿐 아니라 마음 졸이며 시험감독을 했을 교사들 노고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수능에서 마음 졸인 이는 수험생과 가족, 교사뿐만 아니었다.

경북교육청 직원도 지난 15일 지진으로 연기한 수능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도록 준비하느라 그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들은 수능 연기 결정을 전후해 포항지역 수험생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해 수험생 대부분이 포항에서 시험 치기를 원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런 설문 결과는 포항고 등 지진피해가 심한 학교를 대체할 곳을 구하는 데 그대로 반영했다.

여진이 날 때 다른 도시 예비수험장으로 이동할 버스에 동승해야 하는 경북교육청 직원 240여명은 지난 22일부터 포항에 머물며 시험 준비를 했다. 버스 집결 시간이 새벽이어서 잠은 포기해야만 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우려한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포항 지진으로 사상 처음으로 수능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이번 수능으로 교육행정에 국민 신뢰를 다지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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