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무가베 퇴진 이면엔 '권력 암투'와 '지역 갈등'

입력 2017-11-23 17:58  

짐바브웨 무가베 퇴진 이면엔 '권력 암투'와 '지역 갈등'

내년 대선 앞두고 파벌투쟁…음난가그와 '라코스테' vs 그레이스 'G40'

"무가베 퇴진에 혁명적 운동은 거의 없어" 분석도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집권 37년만에 물러난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 이면에는 치열한 내부 권력 암투와 지역 갈등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임을 촉발한 직접적 계기는 무가베가 영부인 그레이스 여사(52)에게 권력을 이양하려는 '부부 세습'으로 꼽히지만, 이 역시 '포스트 무가베'를 노린 양대 파벌의 오래된 권력 투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23일 짐바브웨 언론과 중동 매체 '알아흐람 위클리' 등에 따르면 짐바브웨 권력의 핵심인 집권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은 오랜 기간 2개 파벌로 나뉘어 반목과 갈등을 이어갔다.

집권당은 1980년 독립 이후 37년째 무가베를 중심으로 해 짐바브웨를 통치했으나 올해 들어 양측의 암투가 정점에 달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2018년 9월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알력 다툼의 주축인 2개 파벌은 에머슨 음난가가그와(75) 전 부통령이 이끄는 '라코스테'와 그레이스 여사의 'G-40'였다.

무가베 퇴진 후 새로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할 음난가그와는 '라코스테'로 불리는 파벌을 구축해 주도해 왔다. '악어'란 별명을 지닌 음난가그와의 이 파벌은 짐바브웨 군부와 참전용사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맞선 파벌은 무가베의 부인 그레이스가 주축인 'G-40'이다. 이 조직은 독립전쟁 경험이 없는 신인 정치인, 경찰 친인척들로 구성돼 있다. 이 단체는 야심에 찬 정치인 요나단 모요가 이끌었지만, 실제론 그레이스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그러다 내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ZANU-PF 내부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군부의 지지를 얻는 '라코스테'의 영향력과 입지가 커졌다. 당연히 내년 대선에서 음난가그와의 집권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그러자 'G-40'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무가베를 앞세워 지난 6일 갑작스럽게 음난가그와의 부통령직을 박탈하고 그를 내쫓았다.

이에 군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군부는 지난 15일 사실상 쿠데타를 감행해 정부를 장악하고 무가베를 가택 연금 조치했다. 이웃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도피한 음난가그와는 무가베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며 '타도 무가베'를 외쳤다.

짐바브웨는 도시와 지방 간 지역 갈등을 겪기도 했다.

수도 하라레와 제2의 도시 불라와요에서는 '무가베 반대' 정서가 강했지만, 시골 지방 대부분 지역에서는 '참전용사' 출신의 무가베를 존경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무가베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는 하라레 등 대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진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짐바브웨 국민이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무가베 퇴진' 시위를 주도했다기보다 쿠데타 이후 대도시에서 불거진 반무가베 정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셈이다.

결국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양대 파벌 다툼과 지역 정서 간 차이 등이 무가베의 퇴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배경이 됐다. 군부와 대도시 시민의 지지를 받는 음난가그와는 오는 24일 새 임시 대통령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알아흐람 위클리의 가말 은크루마 기자는 "민중의 힘이 짐바브웨를 황홀하게 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 성숙한 혁명적인 운동이 있었다고 볼 이유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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