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중순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다. 외교부는 2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전날 베이징에서 만나 문 대통령의 방중을 국빈방문으로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12월 방중은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됐으나 방문 형식을 의전상 가장 격이 높은 국빈방문으로 추진키로 한 것은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 결정됐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양국의 갈등을 봉합한 '10·31 한중 합의' 이후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양국 관계가 급속히 풀려가고 있다는 징표로 보인다. 양국 외교장관은 문 대통령의 방중이 양국 관계의 개선 흐름을 강화·발전시켜 나가는 데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아 국빈방문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빠듯하겠지만 그런 중대한 계기가 실현될 수 있도록 외교당국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철저한 준비를 하기 바란다.
중국이 문 대통령의 방중을 최고의 예우와 격식을 갖춘 국빈방문으로 한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통해 사드 배치로 불편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다낭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12월 방중을 요청했으며, 베이징 정상회담에서는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관계발전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키로 합의했다. 단순히 사드 갈등 이전으로 양국 관계를 돌려놓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관계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자리이니만큼 국빈방문으로 격을 높여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측이 최고의 예우를 하면서 각종 현안에서 우리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계산이 깔렸을 수도 있다. 강 장관은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우리 기업활동에 어려움이 해소되고 인적 교류가 예전처럼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며 사드 관련 보복조치들의 철회를 언급했다. 왕 부장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가입하지 않고 임시 배치되는 사드가 중국의 안전과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입장 표명을 중시한다"며 "한국 측은 계속해서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의 상호 핵심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발언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사드와 관련해 '단계적 처리'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3일 문 대통령과 회담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언급한 데 이어 왕 외교부장도 "얼마 전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대해 일부 합의를 달성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에 대해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 간 인식 차이가 있는 걸 받아들이면서 이런 상황을 잘 관리하자는 의미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전달이라면 우리 당국의 해석대로 사드 갈등은 봉합으로 일단락된 것이 맞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 측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들고나오는 만큼 사드 변수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 같다. 내달 한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해서도 중요한 자리다. 양국이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하니,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공통의 해법을 모색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특히 사드 문제가 다시 꼬여 이런 기회마저 날려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빈방문으로 이미 절반은 성공한 듯한 이번 정상회담이지만 최종 성패는 사드 문제에서 갈릴 공산이 크다.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조율했으면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