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ㆍ방글라, 2개월내 로힝야 난민 송환 개시 합의(종합)

입력 2017-11-23 22:26  

미얀마ㆍ방글라, 2개월내 로힝야 난민 송환 개시 합의(종합)

양국 외무장관 회담후 MOU 체결…송환 조건·방식 등 합의 여부 미공개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로힝야족 유혈사태로 촉발된 21세기 아시아 최대 난민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23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이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열고 난민 송환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민트 치아잉 미얀마 노동이민인구 담당 사무차관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외무장관 겸임)과 A.H. 마흐무드 알리 방글라데시 외무장관이 회담하고 나서 양측이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도 성명을 통해 "송환 작업이 2개월 이내에 시작될 것이며, 3주 이내에 송환 작업에 관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실무그룹이 구성될 것"이라고 합의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62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난민의 구체적인 송환 방식과 조건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알리 방글라데시 장관은 "이번 MOU 체결은 (로힝야족을) 송환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이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얀마는 1993년에 양국 간에 체결된 난민 송환 협약의 기본 틀을 고수해왔다.

이 협약에 따르면 미얀마는 ▲정부가 발행한 신분증 소지자 ▲미얀마 당국이 발행한 여타 문서 소지자 ▲미얀마 거주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가진 자를 '정밀확인' 절차를 거쳐 송환해야 한다.

또 송환은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난민촌에서 출생한 아이의 경우 부모가 미얀마에 거주한 적이 있어야 송환이 가능하다.






이 협약을 적용하면 로힝야족은 미얀마 국적이 없으므로 과거 미얀마 내 거주 사실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 또 귀국을 원하지 않는 난민은 미얀마 정부가 수용할 의무도 없다.

반면, 방글라데시는 62만 명에 달하는 난민 전원을 미얀마가 조속히 데려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인권단체들도 로힝야족 난민이 온전한 시민권을 부여받은 상태에서 원래 살던 마을로 안전하게 복귀해야 하며, 반무슬림 정서가 강한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이들의 안전한 정착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난민들도 이날 합의가 자신들의 온전한 귀향과 재정착을 보장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기거하는 로힝야족 압둘 하미드는 AP통신에 "그들은 우리의 집을 불태웠고 땅과 소도 빼앗았다. 그들이 빼앗아간 걸 돌려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난민인 압두르 라힘은 "로힝야족을 다른 종족처럼 온전한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미얀마의 난민촌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미얀마에서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미얀마에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 8월 25일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했다.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로힝야족 60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과 일부 불교도가 민간인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는 등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유엔은 이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규정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방화 등 행위가 ARSA 반군의 소행이라고 일축했으며, 미얀마군은 자신들의 행위가 극단주의 세력에 맞선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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