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입마개 착용은 견주 '마음대로'…허술한 법규 정비해야

입력 2017-11-24 10:53  

반려견 입마개 착용은 견주 '마음대로'…허술한 법규 정비해야

맹견 5종 외 '그밖의 개'로 모호한 규정…단속 건수 집계도 안 돼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이달 초 경기 안양에서 1살 된 시베리안 허스키를 데리고 산책하던 A(20대·여)씨가 행인 B(40대·여)씨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베리안 허스키가 법적으로 입마개 착용 대상이 아니라는 A씨에게 B씨가 "어린 시절 당한 개 물림 사고 때문에 길에서 개를 마주치기만 해도 두렵다"며 계속 입마개 착용을 요구하다 결국 폭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여론은 "입마개 착용을 안 한 것이 잘못이다", "그래도 폭행은 안 된다" 등으로 갈렸다.

그렇다면 시베리안 허스키는 과연 입마개 착용 대상일까 아닐까.

답은 '견주의 마음에 따라서'이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 불테리어·로트와일러 등 5종의 개와 그 잡종을 맹견으로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큰 개'도 입마개 착용대상이다.

'그 밖의 개'를 규정에 포함한 것은 개 물림 사고가 특정 견종에 국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 거실에서는 진돗개가 한 살배기 여아를 물어 숨지게 했고, 같은 달 초에는 가수 최시원씨의 프렌치 불도그가 한일관 대표 김모(53·여)씨를 물어 숨지게 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람을 문 적이 있거나 사람을 향해 공격성을 보이는 개의 경우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입마개를 착용시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반려견의 공격성이나 사람을 물었던 전적은 견주가 아니면 알 수 없으므로 입마개를 착용시킬지 말지는 전적으로 견주의 판단이다.

착용 대상견이 입마개 없이 외출할 경우 견주는 최대 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지만, 맨눈으로 사람을 물 개를 확인할 수 없으니 단속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밖의 개'라는 애매모호한 규정이 결국 반려견의 입마개 착용을 둘러싼 시비의 근원인 셈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목줄 미착용 등 반려견 관리 미이행으로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횟수는 122건이지만, 그중 입마개 미착용에 의한 단속 건수는 따로 집계도 되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견주들의 자발적인 입마개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견주들 사이에선 입마개가 반려견의 자유를 빼앗는 동물 학대라는 인식이 강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경기도는 입마개 착용대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5일 무게 15㎏ 이상의 반려견과 외출할 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조례 개정안을 발표했다가 규제 기준의 근거가 없다는 애견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지난 22일 개정 계획을 보류했다.

도 관계자는 "현행 법규가 반려견 입마개에 대해 모호하게 규제하고 있어 도 차원의 조례 조항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애견인 등 상당수 도민이 규제 기준의 근거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해 보류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규정상 맹견의 범위를 확대해 입마개 착용대상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규정은 견주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려는 의도이지만 지나치게 자율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입마개 착용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TF팀을 꾸려 논의 중"이라며 "1회차 적발 시 5만 원에 불과한 과태료도 2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st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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