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코앞에 25층 아파트?…경관 해치는 재개발 논란

입력 2017-11-26 09:30  

수락산 코앞에 25층 아파트?…경관 해치는 재개발 논란

병풍처럼 수락산 가리는 아파트…서울시, 심의 보류

재개발조합 "공공건축가 받아들여 동 배치 다시 하겠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도시 경관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강남 은마아파트의 49층 재건축 의지를 꺾어놓은 가운데, 강북에선 수락산 바로 밑에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이 논란이다.

22일 서울시의회와 노원구 등에 따르면 뉴타운으로 지정된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조합은 수락산 코앞에 최고 25층 아파트 24개 동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상계 뉴타운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상계역과 당고개역 인근 47만3천350㎡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총 5개 구역 중 상계2구역은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뒤 2010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같은 해 시공사까지 선정하며 재개발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금품·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시공사 선정이 무효로 하는 판결이 내려졌고, 주민 갈등까지 깊어져 재개발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던 상계2구역 재개발조합은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고 올해 3월 최고 25층, 평균 20층짜리 아파트 17개 동을 짓겠다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해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받았다.

서울시가 심의를 보류하자 수락산과 가까운 쪽 아파트 층수를 14∼17층으로 낮추겠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으나 최고 층수는 계속해서 25층을 고수했다. 아파트 동 수는 17개 동에서 24개 동으로 늘려 2천209세대로 만드는 계획을 다시 제출했다.

일부 아파트의 높이를 낮췄음에도 경관 시뮬레이션 결과 배후의 수락산은 대부분이 가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관 시뮬레이션은 건축물이 들어선 뒤 산이나 한강 변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이다.


서울시는 건물이 산을 가로막거나 주변 환경과 조화를 깨지 않도록 산과 경계를 이루는 곳은 가급적 중·저층으로 짓도록 관리하고 있다. 산 주변으로 갈수록 스카이라인이 점차 낮아지도록 유도한다.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는 수락산 경관 훼손을 우려해 지난 7월 심의에서 다시 '보류' 판정을 내리고, 공공건축가를 선임해 아파트 높이·배치 등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 규정에 따라 2천 가구 이상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공공건축가가 총괄계획가(MP)로서 사업 전반에 대한 자문, 사업조정 역할을 할 수 있다. 버티기를 해오던 재개발조합도 서울시에서 보낸 공공건축가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서울시는 공공건축가를 파견해 구릉지인 한남3구역 뉴타운을 아파트 일변도에서 벗어난 타운하우스 위주 재개발로 이끈 바 있다. 한남3구역은 서울시 심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공공건축가와 함께 새 설계안을 마련해 심의를 통과했다.

문제는 공공건축가가 투입된다 해도 이미 상계2구역의 허용 용적률 자체가 높아 수락산이 가려지는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서울시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건축가가 투입되면 아파트 건물이 산 조망이 훼손되는 현재 계획이 나아질 수는 있다"며 "그러나 허용 용적률이 높아서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노원구 관계자도 "어차피 용적률은 정해져 있어서 아파트 층수와 관련한 계획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뒤쪽 산을 병풍처럼 가리고 있는 돈암동 한진·한신아파트 같은 경관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조합은 공공건축가가 참여하면 용적률을 낮추지 않고도 아파트 동 배치, 위치 변경 등을 통해 경관 훼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계2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층수를 내릴 수 있는 곳은 내리고, 올릴 수 있는 곳은 올리면서 동 사이 간격을 떨어뜨리면 시야에 방해를 덜 받을 것"이라며 "조합이 아파트 배치 방향 등 불이익을 일부 감수하는 대신 내년 1월 중 서울시 도시재생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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