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우리가 괜찮다, 힘들지 않다고 말할 때마다 우리 안의 무언가가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우리 안의 어떤 것이 짓밟히고 있다. 시들어 간다. 그 무언가는 바로 우리 자신의 트라우마, 그림자, 그리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정여울(41)은 새로 출간한 에세이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민음사)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픔을 치유하려면 그저 괜찮다고 말로 무조건 덮을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 뿌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 뿌리를 파고들어 가는 유용한 도구로 심리학을 꼽는다.
이 책에는 그가 자신의 내면에 오랫동안 웅크려 있던 트라우마를 발견하고 이를 심리학 공부로 치유해온 과정과 트라우마의 여러 유형을 문학 작품 속 인물들에게서 찾은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세 딸을 낳아 기른 어머니 밑에서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맏딸'로 자라며 갖게 된 트라우마가 있다고 고백한다. 이 트라우마가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혀 왔음을 깨닫게 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심리학 공부에 나선다. 프로이트를 거쳐 융의 세계에 입문했고, 이제는 전공이던 문학마저도 심리학의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극심한 남녀차별 속에서 고통받은 어머니에게서 내려왔으며 "결국 우리가 평생 고통받는 상처의 기원이 대부분 부모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의 상처에서 연원"함을 알게 됐고, 이 상처와 결핍,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놔둔다면 고스란히 자녀에게 대물림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트라우마의 사슬을 끊어내려면 "자신의 상처와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현재의 나'가 과거 속의 나, 영원히 자라지 않는 내면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그 아이의 상처에 귀 기울여 마침내 그 내면아이를 상징적으로 '입양'하는 내적 체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트라우마를 맞닥뜨리는 것은 단지 뜻밖의 공격을 당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잠재적 힘'을 깨달을 기회이기도 하다. 이 책의 독자들이 그 소중한 자기 안의 잠재적 에너지를 발견하기 바란다"고 격려한다.
아픔을 털어내고 힘차게 도약해야 할 청년들뿐 아니라 중년 독자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도 눈에 띈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상처뿐 아니라 '중년의 위기'도 잘 극복해야 인생을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청년기가 사회와 가족 속에서 자신의 '외적인 형상'을 찾아가는 시기라면, 중년기는 자신의 삶에서 '내면의 형상'을 찾는 시기다. 이 '내면의 형상'을 찾는 데 실패하면, 삶은 세속적인 성공이나 물질적인 이득만을 향해 치닫거나 돌이킬 수 없는 타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본문 262쪽)
320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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