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을 영웅대접…세르비아 "미래를 보자" 타령에 국제사회 빈축

입력 2017-11-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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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을 영웅대접…세르비아 "미래를 보자" 타령에 국제사회 빈축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1990년대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 범죄자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화해, 미래를 강조하는 세르비아에 국제사회가 '눈살'을 찌푸린다고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세르비아는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내전으로 몰고 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독재 정권의 부역자, 전쟁범죄자를 추켜세우고 있다.

이들을 군 사관학교에 초청해 강연하게 하고, 알렉산다르 불린 국방장관이 칭찬 세례로 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세르비아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반대 세력을 반역자, 스파이 등으로 공격하는 등 민족주의가 고조된 1990년대 불길한 시절로 서서히 퇴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이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부치치 대통령은 "과거의 눈물 속에 익사하지 말고 미래를 봐야 할 때"라며 미래를 부쩍 강조하는데, 이는 과거 유고슬라비아 지도부가 세계 2차 대전 당시 자행된 잔혹 행위를 잊고 미래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을 당시 레토릭과 유사하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단행된 범죄를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남아있던 분노와 증오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흉포함에 기름을 부었다.

부치치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동시에 발칸 반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줄타기를 하는 만큼, 서방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EU는 전범자가 군 사관학교에서 강연한 사실을 지적하며 즉각 경고에 나섰다.

EU는 성명을 통해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 내전 희생자들을 예우하고, 발칸 서부에서 진정한 화해를 추구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세르비아 주재 미 대사 카일 스콧도 트위터를 통해 "안타깝게도 미국 내에서 세르비아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수 개월간의 노력은 단 하나의 발언 때문에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의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호이트 브라이언 이도 부치치 대통령과 만나 "동시에 두 의자에 앉을 수는 없다"며 러시아 혹은 미국과 EU 양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린 국방장관은 "세르비아는 우리 스스로 결정을 내리며 우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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