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 다양·점막 등 박테리아에 가까워, 같은 기원서 분화 가능성
日 연구팀, 英 온라인 과학지에 논문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바이러스가 먼저일까? 아니면 박테리아가 먼저일까? 학계의 오랜 진화논쟁을 끝내는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자연과학연구기구 생리학연구소 연구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러스인 '피토바이러스(Pithovirus)'의 구조를 밝히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최근 영국 온라인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고 요미우리(讀賣), 마이니치(每日)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피토바이러스는 2014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에서 발견됐다. 대장균과 거의 같은 크기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아메바에 감염해 번식하며 병원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프랑스 연구팀은 그해 피토바이러스가 자가증식을 하지 못하는 바이러스로 규정했다.
무라타 가즈요시(村田和義) 생리학연구소 교수(전자현미경학)를 비롯한 연구팀은 피토바이러스를 영하 170도의 액체 에탄(Athan)으로 급속냉동, 자연상태에 가깝게 만든 다음 2종류의 특수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구조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피토바이러스는 크기가 0.8-2.5㎛(1㎛는 1천분의 1㎜)로 다양하고 내부에 막으로 나뉘어진 공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바이러스는 보통 0.2㎛ 이하로 가장 작은 세균인 마이크로플라즈마(0.2㎛ 이하)보다 작으며 크기가 균일하다는 학계의 통설과 다른 것이다.
또 표면은 점막 같은 것으로 덮여 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러스와는 달리 박테리아에 가까운 형태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성장해 분열을 반복하는 세균은 자기증식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 등을 내포하고 있다. 공모양(球形) 이나 방추형 세포벽이 있는 세균도 있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연구팀은 "피토바이러스가 자기증식 기능은 없지만 세균에 가까운 구조적 특징을 많이 갖추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라타 교수는 "바이러스는 극히 작고 단순한 존재라는 그동안의 개념을 깨는 결과"라고 지적하고 "어느 쪽이 먼저가 아니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같은 기원에서 나눠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