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허성태 "작품마다 죽는 역…오래 기억된다면 서운함 없죠"

입력 2017-11-26 10:00   수정 2017-11-26 10:56

배우 허성태 "작품마다 죽는 역…오래 기억된다면 서운함 없죠"

"조선소 다니다 30대에 연기 시작…여러 가지 모습 보여주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스크린부터 안방극장까지 요새 '틀면 나오는' 이 남자, 에너지가 참 대단하다.

지난해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에게 뺨 맞는 장면으로 대중에 눈도장 찍은 후 올해 '다작의 왕'으로 등극한 배우 허성태(40)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요새 참 행복하다"고 입을 연 그는 "부모님과 아내에게, 그리고 제가 나오는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에너지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고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허성태는 올해 영화 '남한산성', '범죄도시', '부라더', '꾼'과 더불어 드라마 OCN '터널', KBS 2TV '마녀의 법정'까지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조선소에서 오래 근무하다 7년 전 추억으로 남길 겸 참가한 SBS TV 예능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2011)을 계기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요즘이 그저 신기하다고 했다.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워요.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요. 고민이 많아요. 우연히 또 올해 출연한 작품들이 다 흥행했지만, 차기작도 흥행해야 한다는 부담은 전혀 없고요. 작품이란 게 모든 합이 맞아떨어져야 잘 되는 거더라고요."

허성태는 출연한 작품 속 캐릭터들이 대부분 조직폭력배부터 사기꾼, 살인마 등 인상이 강한 역이라 이미지가 굳을까 봐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신인이라면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어하는데, '터널'의 정호영도 그랬고 제가 운이 좋게 배역을 잘 만났어요. 이미지 고착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악역이라도 개연성이 있고 매력이 있다면 앞으로도 하고 싶어요."

그래도 작품마다 죽는 역할인 것은 좀 아쉽지 않을까. 그는 '밀정'의 하일수를 시작으로 '범죄도시'의 독사, '터널'의 정호영, '마녀의 법정'의 백상호 등으로 여러 번 죽었다.

허성태는 "서운한 건 전혀 없다"며 "오히려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캐릭터들이었기에 관객이나 시청자께서 더 안쓰럽게 봐주신다는 장점이 있다"며 "짧게 나오더라도 임팩트가 있어서 오래 기억되는 캐릭터가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로는 '부라더'의 스님처럼 엉뚱하면서도 웃긴 캐릭터를 꼽았다.

"'꾼'에서 만난 (배)성우처럼 얼굴만 봐도 연기하는 것처럼 재밌는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제가 나름 개그 본능이 또 있거든요. 다만 예능 프로그램은 아직 울렁증이 좀 있네요. 개인기도 별로 없고…. (웃음)"

7년의 무명생활 동안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대학교 때 만나 10년 연애하고 지금은 한집 살이 7년째가 된 아내라고 한다.

"아직 아이는 없어요. 그런데 조카가 5명이나 돼서 육아는 자신 있어요. 조카들이 모두 딸이어서 그런지 아들을 만나고 싶네요. 아내가 제가 무명 시절을 보내는 동안 말없이 저를 기다려주고 많이 도와줬어요. 늘 고맙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그는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한참 남아있다고 했다.

"연기하는 동안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진 배우라는 말을 계속 듣고 싶어요. 그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제 남은 인생이 될 것 같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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