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도로 논의해야"…친아사드 러시아가 이끄는 논의에 견제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내전 승전국 러시아가 이란·터키와 손잡고 시리아 과도체제 논의를 주도하는 사이, 반정부 진영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협상의 전열을 정비했다.
반정부 세력 확대회의는 이틀간 논의 후 23일(현지시간) 코뮈니케를 발표하고, '즉시, 조건 없는 협상'을 시작하자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또 시리아 과도체제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배제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로써 이번 확대회의에서 반군 진영이 아사드 퇴진 조건을 크게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외부의 예측은 빗나갔다.
회의 시작 직전 유엔 주도의 제네바 회의에서 반군을 대표하는 '고위협상위원회'의 리야드 히잡이 사임, 반정부 진영의 입장이 유화적으로 바뀌리라 예상됐다. 히잡은 아사드의 퇴진에 강경한 노선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정부 세력 확대회의는 코뮈니케에서 "평화롭고 편파적이지 않은 과도체제는 아사드 선제 퇴진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천명했다.
터키에 본부를 둔 반정부 세력 연합체인 시리아국민회의(SNC)의 아흐메드 라마단은 "우리는 (아사드 퇴진) 조건을 내려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합의에 따라 친(親)러시아 진영, 속칭 '모스크바 그룹'은 첫날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연계 반군 조직을 이끄는 카드리 자밀은 사우디 매체 알하다트TV와 인터뷰에서 "강경파가 아사드 퇴진 문구를 고수, 시작도 하기 전에 협상을 격침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제외한 반군 조직과 반정부 시민사회는 과도체제에서 아사드 정부를 수용할 수 없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과는 과도체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종전의 강경한 입장과 비교하면 전략의 변화가 감지된다.
반정부 세력은 이번 확대회의에서 "곧바로, 조건 없이" 협상을 시작하자고 주문했다.
사실상 내전에서 패배한 반군으로서 협상의 상대로서 아사드 정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이달말 열리는 제8차 제네바 회의에 참여할 고위협상위원회도 새로 구성됐다.
반정부 진영은 러시아 주도의 '시리아 국민대화 대표자회의'가 과도체제 협상을 주도하고 유엔 주도 평화회담이 이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했다.
라마단 SNC 대표는 과도체제 논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제 러시아 주도 회의를 핑계로 대지 말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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