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비싸고 훈련에도 고비용…진입 장벽 높아
메달권 아니어도 개발도상국·열대국가 선수들 값진 도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는 개발도상국 출신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케냐(15위), 자메이카(16위), 쿠바(18위), 우즈베키스탄(21위) 같은 나라 선수들은 선진국보다 열악한 훈련 환경 속에서도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로 감동적인 인간 승리 드라마를 써내려가고는 했다.
북한 역시 역도와 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총 2개 수확하며 200여 참가국 중에 34위에 올랐다.
내년 2월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눈물겨운 노력 끝에 가난을 딛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 드라마를 보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동계올림픽은 '선진국들의 스포츠 대회'로 불리기도 한다.
맨몸으로 땀을 쏟으면 세계 정상을 노려볼 수 있는 종목이 많은 하계올림픽과 달리, 동계올림픽 종목은 대부분 돈이 많이 든다.
이런 까닭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1개 이상의 메달을 딴 26개국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윤택한 나라이거나 우크라이나(20위), 카자흐스탄(26위)처럼 겨울 종목에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갖춘 국가다.
동계올림픽 종목에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은 한국이 소치올림픽에서 딴 메달만 살펴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에서 총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해 13위에 올랐다.
단순히 스케이트만 신는다고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무엇보다 4계절 내내 얼음을 얼릴 수 있는 실내경기장이 있어야 충분한 훈련을 소화할 수 있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노려볼 수 있는데, 시설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이 강국으로 발돋움한 썰매 종목을 살펴봐도 그렇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봅슬레이 제작에는 페라리, 맥라렌, BMW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뛰어든다.
자기네 회사가 만든 썰매를 탄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제작에 들어간 비용보다 훨씬 큰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이 탈 썰매를 만들기 위해 현대자동차도 발 벗고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월까지 썰매 제작 비용으로 수십억 원을 썼고, 이후에도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좋은 썰매만 있다고 바로 실전 훈련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 넘는 길이의 구불구불한 트랙(경기장)이 있어야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데, 이 시설을 짓는 데도 1천억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한국도 바퀴 달린 썰매로 아스팔트 길을 내려오며 감각을 익히던 때가 있었다.
평창올림픽에 앞서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가 완공되고 번듯한 스타트 훈련장까지 갖추면서 명실상부한 썰매 강국으로 우뚝 섰다.
동계올림픽을 향해 '부자 나라들의 잔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메달권은 아니더라도 열악한 환경에서 이를 악물고 평창올림픽을 준비한 개발도상국 출신 선수들에게 격려와 박수가 필요하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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