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학회 "아이코스에 세금 더 부과하고 경고그림 붙여야"

입력 2017-11-27 06:27  

금연학회 "아이코스에 세금 더 부과하고 경고그림 붙여야"

"궐련형 전자담배 덜 해롭다는 인식 문제…일반담배처럼 규제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확실한 근거 없이 함부로 낮게 평가하지 말고, 일반담배와 같은 수준으로 규제하면서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금연학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실체·사용현황·대응정책에 대해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한 자료를 27일 공개했다.

먼저 학회 측은 기존 궐련(종이에 감긴 담배)이 담뱃잎을 불로 연소해 사용하는 것과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는 350℃ 정도로 가열해 기체 형태로 니코틴을 흡입하는 형태의 제품이라고 규정했다.

이성규 금연학회 총무이사는 "1990년대에 이미 유사한 형태의 제품이 이미 출시된 적이 있으므로 새로운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다만 많은 흡연자가 궐련형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총무이사는 1980년대 후반 궐련형 전자담배와 유사한 찐 담배 '이클립스'를 생산했던 다국적 담배회사 RJ레이놀즈의 내부 문건이 일으킨 논란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RJ레이놀즈는 찐 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종이 담배보다 훨씬 낮다는 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내부 문건에서는 '기존 궐련보다 이클립스 흡연량이 2배 정도 많다', '다른 흡연자보다 이클립스 사용자의 흡연 간격이 더 짧다', '혈청 내 니코틴양은 일반 흡연자와 이클립스 흡연자가 비슷했다' 등 찐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총무이사는 "RJ레이놀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담배회사의 자체 연구결과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종이 담배보다 더 안전하다고 인정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필립모리스를 비롯한 담배회사들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연 보조 효과가 있고, 일반 종이 담배보다 건강상 유해물질이 훨씬 적게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총무이사는 "미국 소아과학회·암학회·심장학회·폐 협회 등 의학 전문가 단체에서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필립모리스의 연구결과 허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나올 때까지 소비자들이 섣부른 판단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 6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담배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 기준 궐련형 전자담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2∼3% 내외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철민 서울대병원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명백한 '담배'"라며 "덜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많은 흡연자가 금연할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만큼 금연학회 등 전문가 단체에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조홍준 울산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발암물질을 포함한 담배의 한 종류인데 이로 인해 흡연자들이 담배를 덜 끊게 되면 전체 인구집단에 더 큰 위해가 될 수 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가 미치는 다양한 악영향을 반영하지 않고 궐련 한 개비의 유해물질량만 갖고 규제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 종이 담배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의 건강증진부담금(20개비당 438원)은 일반 종이 담배(841원)보다 약 52% 수준에 불과하고, 담뱃갑 외부에 폐암·후두암·심장질환 등 10종의 경고그림 및 경고 문구 부착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복지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을 438원에서 750원(일반 종이 담배의 89.1% 수준)까지 높이고 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최종 법안 통과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 총무이사는 "궐련형 전자담배처럼 담배별 유해성 정도에 따라 세금을 다르게 책정한 사례는 없었다"며 "특히 세금 부과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규제 수준이 낮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k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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