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아일랜드 소수 정부가 부총리 거취를 둘러싼 야권과의 힘겨루기로 인해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고 일간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는 전날 저녁 여당인 통일아일랜드당(Fine Gael) 긴급 의원총회에서 자신은 프란체스 피츠제럴드 부총리를 야당의 날조된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피츠제럴드 부총리를 해임하라는 야권의 요구를 거부하고 정면돌파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지난 2006년 경찰 내부의 비위를 외부에 흘린 내부고발자에 경찰서장들이 불이익을 주려고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가운데 당시 피츠제럴드가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페인당 등 군소 야당들은 피츠제럴드 부총리 불신임안을 발의해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제1야당인 공화당(Fianna Fail)도 불신임안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부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결국 조기 총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바라드카르 총리를 압박해왔다.
애초 공화당은 각료 불신임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제1당인 통일아일랜드당 소수 정부 출범에 합의했지만 피츠제럴드 부총리에 대해선 이 합의를 깨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은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한 1921년 이래 줄곧 정권을 주고받아온 관계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정권을 공유한 적이 없는 '앙숙'이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양당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뒤 오랜 기간 협상 끝에 이런 합의에 이르렀다.
바라드카르 총리가 공화당의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조기 총선으로 갈 경우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처리 등을 의제로 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진행되는 중대한 시기에 아일랜드가 국정 공백을 맞는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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