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 박원순 서울시장도 강단에 세운 시골이장들

입력 2017-11-26 09:07  

이시종 충북지사, 박원순 서울시장도 강단에 세운 시골이장들

옥천 동이면 이장協 운영하는 '좋은 이장학교' 빵빵한 강사진 화제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이시종 충북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잇따라 시골동네 강단에 선다. 20명 남짓한 '이장님'들의 부름을 받고서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이장협의회는 올해 '좋은 이장학교' 4·5회차 강사로 이 지사와 박 시장을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지사는 27일 '내년에도 웃으며 이장합시다'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박시장은 내달 2일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과 리더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좋은 이장학교'는 '기왕에 시작한 이장 노릇을 제대로 해보자'는 취지로 지난해 시작됐다. 첫해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국회의원과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등이 강단에 올라 이장의 역할과 리더십에 대해 강연했다.

인구 3천여명이 사는 조그만 농촌의 이장 교육 프로그램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빵빵한' 강사진이다.

이들의 강사 초빙 방식은 독특하다. 이장들이 미리 모여 듣고 싶은 강연 주제를 논의하면서 강사 후보를 추천한다.

일단 후보가 정해지면 무대포식 섭외가 시작된다. 인맥을 총동원해 강연 취지나 목적 등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하고, 강사 선정 통지를 일방적(?)으로 보내 안 오고 못 배기게 만들기도 한다.

이번 강사 선임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이 지사한테는 옥천군청을 통해 정식으로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박 시장은 과거 시민단체 활동시절 인연을 맺은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에게 가교 역할을 맡겼다. 박 시장 강연은 바쁜 일정 때문에 4개월 가까이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넉 달 전 강의 요청을 받았지만, 시간 내는 게 쉽지 않았다"며 "옥천은 시민단체 활동 시절 인연을 맺은 곳이며, 마을 공동체 사업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는 이장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강사로 나선 배경을 말했다.

그는 "시장이 되고 나서 맡는 가장 규모가 작은 강연이지만, 1천만명이 사는 서울시 리더와 농촌 리더가 만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요즘 이장의 위상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행정기관의 잔심부름을 하던 '들러리' 역할에서 벗어나 행정의 최일선 조직이면서 마을 대표로서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낸다.

이장의 능력이나 리더십은 마을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한다. 시장·군수와 담판지어 숙원을 해결하거나, 공모사업에 참여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때도 있다. 잘 하면 지방선거에 진출하는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무능'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장도 '공부'를 강요 받는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아야 하고,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입담'이 필요할 때도 있다.

'좋은 이장학교'는 이런 게 배경이 돼 기획됐다. 운영비는 대청댐 상류 수몰지역에 지원되는 주민지원사업비로 충당한다. 과거 마을 환경정비 등에 쓰던 사업비를 이장 전문화 교육에 투자하는 셈이다.

박효서(51) 동이면 이장협의회장은 "이장 리더십 개발을 위한 강좌지만, 걸출한 강사진을 보고 찾아오는 일반 수강자도 적지 않다"며 "1시간 남짓 강의가 끝난 뒤 이보다 긴 토론이 이뤄지는 강좌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강사로 모시자는 우스갯말이 나올 정도로 이장들의 참여열기가 뜨겁다"며 "회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 자체가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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