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는데 이 정도는 봐줄 수 있잖아요"vs"끝까지 학생 본분 지켜야"
벌점 무서워 않고 막무가내…교사들 "방학까지만 참아다오" 회유·읍소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시험이 끝나니 압박감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어서요.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염색 하려고 왔어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24일 오후 청주시 성안길 미용실에는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미용실을 찾은 김모(18·여)양은 "염색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수능 시험 끝난 기념으로 왔다"면서 "처음 하는 염색이고 아직 학교에 나가야 해서 연한 갈색으로 하려고요"라면서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미용실에서는 수험표를 가지고 온 수험생을 대상으로 염색과 파마 비용의 30%를 할인해 주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미용실 관계자는 "학교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후 3시까지 고3 수험생 10명이 염색을 하고 갔다"면서 "남학생 여학생 가리지 않고 손님이 많은데 주말에는 하루 30명 넘게 수험생이 찾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같은 날 청주시 상당구의 한 고교 하굣길에서는 붉은빛이나 갈색빛으로 머리를 염색한 학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교칙 상 염색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일부는 아예 머리카락 전체를 노랗게 물들인 학생도 있었다.
이 학교 생활지도 교사는 "수능이 끝나니 긴장감이 풀려서 그런지 염색하는 학생도 많고 지각도 부쩍 늘었다"면서 "일부 학생은 벌점도 무서워하지 않고 막무가내여서 후배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도 된다"고 전했다.
3학년 담임교사 A(52·여)씨는 "6명 정도 학생이 머리를 아예 노랗게 물들이고 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방학까지 한 달만 참으라고 협박도 하고 회유도 하고 설득하려고 생활지도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흥덕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들도 매년 수능이 끝나고 겨울방학이 오기 전까지 고3학생들의 생활지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7년째 고3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수시 합격생이 많은 데다 체험학습을 쓰는 학생이 많아 교실에 빈자리도 많고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면서 "예전보다는 일탈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고3 생활지도는 매년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생활지도에 협조해 달라는 내용에 문자를 학부모에게 보내기도 했다.
충북교육청은 각급 학교, 경찰, 청소년 유관기관과 함께 수험생들의 생활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성방가, 싸움, 음주·흡연 등 일탈 학생들이 있으면 계도와 함께 귀가시키고, 유흥업소 출입 예방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시험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수험생들의 일탈과 비행을 막고, 차분하고 건전한 학생문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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