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희 NCCK 첫 여성회장 "소수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입력 2017-11-26 09:30   수정 2017-11-26 10:55

유영희 NCCK 첫 여성회장 "소수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교회 내 성폭력 특별법 제정·여성할당제 도입 위해 노력"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94년 역사를 가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첫 여성회장이 탄생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어깨가 아주 무겁습니다. 앞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약자들의 편에 서겠습니다."

지난 20일 취임한 유영희(65) NCCK 회장은 진보 성향의 개신교 교단 연합기구인 NCCK가 배출한 첫 여성회장이다. 국내 개신교 교단 협의체를 통틀어도 여성 수장이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회장은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회를 비롯한 한국사회 내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가 제한적인 현실에서 NCCK가 선구자적 역할을 이뤄냈다"며 "앞서 이 길을 위해 걸어갔던 많은 선배, 특히 여성 목회자와 여성 신앙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세대 목회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받은 유 목사는 21년 전 명일순복음교회를 개척해 목회 활동을 해왔다. 강동구 암사동에 있는 이 교회는 교인 50여명 규모의 조그만 교회다.

유 회장이 속한 교단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는 일찍부터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하고 여성이 총회 임원도 맡을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덕택에 유 회장은 교단 총회에서 제1부총회장을 역임했으며, NCCK에서도 여성위원장, 양성평등위원장, 부회장 등을 맡으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유 회장은 비교적 개방적인 교단 분위기 덕분에 교단 내에서 여성 목사들이 서러움을 덜 받은 편이지만 "현실적으로 늘 남성 목회자들이 여러 곳에서 우선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수군대는 소리도 있었고, 여자가 왜 나서는가 하는 질타도 있었죠. 이는 수많은 여성 목회자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교회가 양성평등, 더 나아가 성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내에는 아직도 여성이 남성의 보완적인 역할을 감당하거나 '살림'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어요. 이제는 이런 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회장은 첫 여성회장으로서 교회 내 여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사회적으로도 물의가 된 교회 내 성폭력·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 차원의 성폭력·성희롱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여성 목회자 복지와 관련된 예산 마련과 법안 제정, 교회 내 여성들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여성할당제 도입 등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유 회장은 밝혔다.

그는 또 "여성문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민, 장애인 등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겠다"며 사회 전반에 점점 심화하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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