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외교경호실장 대면보고 수차례 퇴짜"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국무부 구조조정 과정에서 흑인 및 히스패닉계 외교관들이 주로 타깃이 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취임 초부터 국무부 구조개편 필요성을 강조하며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을 추진해왔다.
뉴욕타임스는 "흑인 및 히스패닉계 고위 외교관들의 대다수가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다"면서 "여성 외교관들도 상당수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가령,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맡았던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는 틸러슨 장관이 취임한 직후부터 퇴직 압력을 받았고 결국 지난 9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린필드는 국무부 내에서 대표적인 흑인 외교관으로 꼽혔다.
여성 외교관으로 카타르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던 대나 셸 스미스는 지난 6월 조기 귀임했다. 스미스는 "미국이 세계 리더 국가가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완벽하게 무능한 것"이라며 틸러슨 장관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틸러슨 장관의 구조조정 작업으로 국무부 외교인력의 다양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면서 "국무부 조직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틸러슨 장관은 내년 9월까지 국무부 정직원 2만5천 명 가운데 약 2천 명(8%)을 감축한다는 목표에 따라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만5천 달러(2천700여만 원)에 해당하는 일종의 명퇴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산하 외교경호실(DSS)의 대면보고를 수차례 거부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차관보급인 빌 A. 밀러 외교경호실장은 틸러슨 장관에게 여러 차례 업무 브리핑 의사를 전달했지만 '대면보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짜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경호실 관계자는 "밀러 실장이 보고하려던 내용에는 긴급한 사안도 있었다"면서 "밀러 실장이 틸러슨 장관에게 보고한 것은 단 한 차례, 그것도 5분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밀러 실장은 지난 7월 사임 의사를 밝혔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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