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일장기로'…일제강점기 고소설 검열 핵심은 표지

입력 2017-11-26 10:55   수정 2017-11-26 11:01

'태극기가 일장기로'…일제강점기 고소설 검열 핵심은 표지

유춘동 교수, 서지학회 학술대회서 발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일제강점기에 간행된 구활자본 고소설(고전소설) '서해풍파'(西海風波)가 있다.

일제는 1909년부터 조선에서 나오는 서적을 모두 검열하는 '출판법'을 시행했는데, 서해풍파 역시 총독부의 검열을 받았다.

검열을 받기 전에 제출한 '납본' 서해풍파와 실제로 출간된 '검열본' 서해풍파를 비교하면 표지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배 앞쪽에 있는 태극기가 일장기로 바뀐 것이다.

유춘동 선문대 교수는 지난 24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뤄진 구활자본 고소설의 검열 실태에 관한 주제 발표를 통해 "검열의 주된 요소는 표지였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번 발표를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구활자본 고소설 650종을 분석했다. 그는 "대다수의 작품은 검열과 동시에 곧바로 출판됐지만, '춘향전'이나 '조웅전' 같은 유명한 작품에 대해서는 비교적 꼼꼼한 검열이 진행되기도 했다"며 "고소설은 현대문학과 잡지, 사회주의 서적과는 다르게 별 무리 없이 검열을 통과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립중앙도서관 고소설 중 '진대방전'은 간행본 전체에 빨간색 볼펜으로 X자 표시가 돼 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출판하기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고소설의 표지다. 서해풍파 외에도 문창사가 펴낸 '죄악의 씨'의 납본에는 "표지가 이상하니 제거하라"는 지시가 남아 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일본 순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죄인을 호송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 있다.

유 교수는 "구활자본 고소설에서 알록달록한 색감의 표지가 등장한 것은 이전 시기 고소설과 비교해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며 "일종의 광고 기법이었던 고소설 표지의 중요성은 검열을 담당했던 사람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립중앙도서관 구활자본 고소설에 대한 연구는 서지(書誌)부터 작품 내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졌다"며 "고소설의 이본(異本)을 검열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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