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막을 수도 있었던 현장실습 고교생의 비극적 죽음

입력 2017-11-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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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막을 수도 있었던 현장실습 고교생의 비극적 죽음

(서울=연합뉴스) 특성화고 학생이 산업체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 모 특성화고 졸업반이던 이민호 군은 지난 9일 현장실습을 나간 제주시의 한 음료 공장에서 제품적재기에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열흘 만에 숨졌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과 고용노동부의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고시에 따르면 고교 재학생의 현장실습은 하루 7시간으로 제한돼 있는데 이 군은 하루 11~12시간 일했다. 회사 측은 만 18세 이하인 이 군과 별도 근로계약 없이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만 작성했다. 유해하거나 위험한 업무는 실습생한테 지시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지만, 이 군은 기계 하나를 전담했고, 사고 당시에도 혼자서 기계 이상을 확인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군은 지난 9월에도 기계 점검 도중 다쳐 치료를 받았으나 회사 측은 일손이 부족하다며 이 군에게 일을 계속 맡겼다고 한다. 업체 측이 사고원인을 이 군의 개인 과실이라고 주장해 발인도 연기됐다. 그런 이 군의 빈소에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장실습 학생들이 근로보호의 사각지대에 노출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원래 특성화고 학생의 산업체 현장실습 제도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실무를 통해 체험하고 응용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돈벌이에 급급한 일부 업체들한테 저임금 노동인력 확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월에는 한 통신회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여학생이 '콜 수를 채우지 못한' 업무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실습생 관리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 교육부의 '2016년도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3만1천여 개 실습업체 가운데 표준협약 미체결 238건, 근무시간 초과 95건, 부당대우 45건, 유해위험업무 43건, 임금 미지급 27건, 성희롱 17건이 적발됐다. 성태규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현장실습은 직업 실습의 교육적 취지로 마련됐는데, 기업체는 학생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취업률에 반영돼, 학교 측이 점검을 게을리하고 학생들에게 부당한 일도 참으라고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은 이 군 빈소에 조문하고 유사 사고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정부도 합동 조사반을 가동해 진상조사와 후속조치 강구에 나섰다. 전국 시도 교육청은 12월 말까지 현장실습 참여기업의 안전관리 실태를 전수 점검한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은, 이미 교육부가 지난 3월에도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학생 안전과 권익보호 대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때 나온 교육부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시 표준협약서 미작성으로 적발된 업체 가운데 과태료 처분을 받은 업체가 한 곳도 없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지금이라도 이 제도가 원래 취지대로 잘 운영되도록 하는 보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우선 취업률을 잣대로 특성화고 사업을 평가해 예산지원액을 결정하는 방식부터 재고해야 한다. 표준협약서 체결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한 업체는 엄벌하고 사업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정책실행 의지와 세심한 사후 관리다. 지난번 발표된 교육부 대책처럼 흉내만 내면 아무 소용이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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