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신라젠[215600]이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3위에 오르고 주식시장의 화두로 관심이 뜨겁지만, 투자에 참고할 증권사의 보고서가 없어 투자자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라젠의 올해 실적을 전망한 증권사는 단 1개다.
이 전망치를 제시한 보고서는 신라젠이 급등세를 타기 전인 9월에 발간됐고 심지어 영어로 작성돼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시총 1위 셀트리온[068270]을 분석한 증권사가 12곳,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분석 증권사가 11곳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시총 42위인 씨젠[096530]도 증권사 4곳이 올해 실적 예상치를 내놨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신라젠에 대한 분석 의견을 내놓지 않은 이유는 애널리스트가 객관적으로 분석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A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투자 이정표가 제시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기업의 가치를 추정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들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내는 것은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 IT버블 때처럼 주가가 너무 급등락하면 '애널리스트의 손을 떠났다'는 표현을 쓰는데, 지금 신라젠은 연간 이익과 주가의 비율로 고평가·저평가를 따질 수 있을 만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그때와 비슷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요약하자면 애널리스트도 잘 모른다는 것"이라며 "과거 한미약품[128940] 급상승 이후 라이선스 계약 변경으로 급락이 찾아온 경험도 있어 지금 고점으로 보이는 신라젠에 대한 보고서를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도 바이오·제약 섹터에서 꾸준히 보고서를 내는 B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신약개발 중인 바이오 업체의 가치를 측정하기가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며 "시장에서 관심이 뜨겁고 분석 수요가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신라젠의 주가는 시장에 크고 작은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출렁이고 있다.
신라젠은 펙사벡이라는 '항암 바이러스'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신라젠에 따르면 펙사벡은 암세포만 감염시키도록 유전자 조작된 우두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다.
암 환자에게 투여된 펙사벡이 다른 조직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을 감염시키면, 환자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위험 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 의약품의 임상시험을 미국 암연구소와 함께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약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펙사벡을 신장암 환자에게 단독 투여한 결과 완치 사례가 나왔다는 연구소장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상한가를 쳤다.
신라젠의 '신장암 단독투여' 임상은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연구자 임상'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중도에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 임상은 품목 허가 목적이 아닌 학술적인 목적으로 허가받는 임상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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