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통한의 실축'으로 상주에 패배…간판 공격수 이정협도 '울먹'
(상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조진호 감독님"
26일 상주 상무와 부산 아이파크의 KEB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상주시민운동장의 원정 응원석에는 고(故) 조진호 감독을 기리는 문구와 사진이 내걸렸다.
그 아래엔 'Go To The K-League Classic(K리그 클래식으로 가자)'이라는 현수막도 함께 붙었다.
두 시즌을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서 보낸 부산에 승격은 2년 내내 품어 온 목표이자 올해 10월 1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조 감독의 소망이기도 했다.
올 시즌 부산을 맡은 조 감독은 당시 출근길에 갑자기 찾아온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경남FC와 막바지 '직행 승격' 경쟁에서 차츰 밀리면서 플레이오프를 바라보던 시점이었다.
생전 마지막 경기가 된 지난달 8일 경남과의 맞대결을 마치고 조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응원해주신 팬들께 승리로 보답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다시 재정비해서 승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는 등 시즌 내내 승격 의지를 다졌다.
생각지도 못한 비보로 수장을 잃은 부산은 이후 2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 아산 무궁화와의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1차전 상주에 0-1로 져 불리한 위치였지만, 부산은 희망을 거두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앞둔 이승엽 감독대행은 "한 시즌 많이 고생했는데, 사활을 걸고 조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다 같이 해내자는 얘기를 선수들에게 했다"며 의지를 표현했다.
전반 16분 호물로의 페널티킥 선제골이 터지면서 부산의 '반전 드라마'는 시작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후반 19분 골 그물을 흔든 박준태의 슈팅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되는 등 승리의 여신은 좀처럼 부산 쪽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는 결국 승부차기에서 팀의 네 번째 키커로 나선 부산 고경민의 실축이 나오며 부산의 패배로 이어지고 말았다.
실낱같은 희망을 놓친 부산 선수들은 미소 지은 조 감독의 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개를 숙여야 했다.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부산 선수들 사이에선 눈물 섞인 흐느낌이 이어졌다.
올 시즌 부산에서 활약하며 이달 평가전에 이어 동아시안챔피언십을 앞두고 태극마크를 단 공격수 이정협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유독 자신을 아낀 조 감독을 떠올리며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참지 못한 그는 "경기장에 걸린 조 감독님 사진을 보며 '도와주세요'라고 기도를 했다"며 울먹였다.
이정협은 "골을 넣어야 하는 공격수로서 동료와 선생님들에게 미안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 감독이 떠난 뒤 팀을 이끈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어차피 하늘에 맡긴 승부였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잘하고 수고했다고 선수들에게 말해줬다"며 슬픔을 삼킨 채 선수들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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