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사건' 의혹 4년만에 기소…검찰 "국정원TF가 은폐 주도"

입력 2017-11-26 20:33  

'댓글사건' 의혹 4년만에 기소…검찰 "국정원TF가 은폐 주도"

檢 "국정원, 2013년에 진상 파악하고 수사방해 활동"

"'박원순 제압문건' 알면서 '괴문서' 취급"…남재준 前원장 공모 의혹 수사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전임 정부에서 이뤄진 다양한 정치개입 활동을 확인했지만,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해 조직적으로 실상을 숨겼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6일 국정원이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이 정치개입을 자인한 단서가 4년 만에 드러났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검찰은 국정원이 2013년 3월 내부 감찰을 통해 이른바 '댓글 사건'의 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은 85명의 직원이 한 사람당 10∼60개의 아이디로 인터넷 사이트와 트위터 등에 하루 평균 수십 건의 댓글과 트윗 글을 올렸다는 사실과 그 내용을 파악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는 검찰이 같은 해 4월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등 한창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때였다.

그러나 남재준 전 원장이 이끌던 국정원은 '수사가 확대되고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정권의 명운과 국정원의 존폐가 걸려 있으니 적극 대응하라'는 방침을 세웠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방침에 따라 구성된 현안대응 태스크포스(현안TF)는 2년에 걸쳐 수백회 회의를 열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 개입해 진상을 숨기려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현안TF 인사들은 특별수사팀이 실제 심리전단 사무실이 아닌 곳을 압수수색하도록 위장 사무실을 꾸민 혐의를 받는다. 댓글 활동에 사용하지 않은 노트북을 압수하도록 유도하고, 검찰 조사와 재판에서 직원들이 허위 진술하도록 예상 문답 자료로 교육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직원들은 리허설까지 하며 위증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TF는 직원들의 증언 내용에 '균형'을 잡아가며 시나리오를 짰고, 직원들은 지시받은대로 허위 증언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같은 해 5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폭로 등으로 알려진 '박원순 제압문건'과 '반값등록금 문건'에 대한 대응도 현안TF가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이미 해당 문건이 존재했으며, 원본 문건을 필사해 외부에서 복원한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다.

그러나 현안TF는 그런 사실이 없으며, 출처 불명의 '괴문서'가 허위로 보도된 것이라며 대응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이 사실조회를 요청하면 "우리가 작성한 것이 아니고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민주당 고발로 문건 진위를 수사한 검찰은 "국정원이 생산한 다른 문건에 대해 감정을 했으나 양식 등이 달라 동일한 문건이 아니다"라며 각하 처분했다.

현안TF는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이 예상되는 직원이 출석하지 못하도록 해외출장을 보내는 수법도 사용했다. 한 국정원 직원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러시아로 출장을 떠나 통역도 없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체류해야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재판기일마다 대책이 포함된 공판진행 상황 보고서를 실무진이 작성해 현안TF와 남 원장에게 보고한 정황도 파악했다. '정권의 명운과 국정원의 존폐'를 거론한 감찰실 보고서 역시 남 원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검찰은 본다.

검찰은 남 전 원장을 공범으로 보고 그가 은폐에 가담했을 가능성에 주목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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