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슈퍼맨·배트맨·원더우먼·아쿠아맨·사이보그·플래시까지…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 군단이 총출동했지만, 흥행에서는 좀처럼 괴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15일 국내 개봉한 DC코믹스 영화 '저스티스 리그'는 26일까지 162만명이 들었다. 지난달 25일 선보인 마블코믹스 영화 '토르:라그나로크'가 한 달 넘게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며 475만명을 동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저스티스 리그'는 북미에서도 10일간 1억7천200만 달러(1천869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 작품의 제작비는 약 3억 달러(약 3천261억 원)로 알려졌다.
'저스티스 리그'는 DC코믹스 확장 세계관(DCEU)을 공유하는 다섯 번째 영화다. 슈퍼맨의 죽음 이후 힘의 균형이 무너진 공백기를 틈타 지구에 쳐들어온 악당 스테픈울프에 맞서 슈퍼히어로들이 뭉쳐 싸우는 내용이다.
DCEU 작품들은 마블 세계관(MCU)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그동안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DCEU의 시작인 '맨 오브 스틸'(2013)을 시작으로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2016),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까지 줄줄이 혹평과 흥행 참패에 시달렸다. 그나마 이스라엘 출신 여배우 갤 가돗을 주연으로 내세운 '원더우먼'이 올해 5월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DCEU를 수렁에서 꺼내줬다.
반면, 마블 영화들은 '어벤져스'(2012),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아이언맨3'(2013),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 '닥트 스트레인지'(2016), '스파이더맨:홈커밍'(2017)까지 흥행 가도를 달렸다.
DC는 '원더우먼'에 이어 '저스티스 리그'의 성공을 통해 침체기를 완전히 벗어나고 마블에 구겨진 자존심을 세울 계획이었지만, 또다시 흥행에 발목이 잡혔다.
사실 '저스티스 리그'는 우여곡절 끝에 나왔다.
DCEU 세계관을 처음부터 구축해온 잭 스나이더 감독이 이 영화 촬영 도중 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지난 5월 하차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스튜디오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연출한 조스 웨던 감독을 섭외해 후반 작업을 마무리했다. 조스 웨던 감독이 재촬영한 분량도 제법 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크레디트에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단독으로 이름을 올렸고, 조스 웨던은 각본 부분에 이름을 넣었다.
예기치 못하게 DC와 마블 감독이 손잡은 '저스티스 리그'가 공개된 이후 평가는 크게 갈렸다. 어둡고 무거웠던 DCEU의 전작보다 유머가 풍부해지고, 톤이 한층 가벼워졌다는 호평과 예전 DCEU의 개성을 잃어버렸다는 평이 나뉘었다.
또 단선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단조로운 액션 등을 지적하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 영화의 가장 큰 함정으로 슈퍼맨의 힘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포스터에 적힌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는 문구와는 달리 슈퍼맨 혼자서도 충분히 세상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맹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 후반 슈퍼맨의 등장 이후에는 다른 히어로들과 악당의 존재는 빛을 잃는다. 현재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언론매체 및 평론가들의 평가를 반영한 신선도 지수도 41%로 매우 낮은 편이다.
DC는 '아쿠아맨'를 시작으로 '저스티스 리그'에 등장한 슈퍼히어로들의 솔로 무비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DC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만든 '다크 나이트' 3부작처럼 쇄신의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마블 영화에 완전히 밀리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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