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법정시한 임박한 새해 예산안, 졸속심의하면 안 된다

입력 2017-11-27 18:19  

[연합시론] 법정시한 임박한 새해 예산안, 졸속심의하면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총 429조 원에 달하는 새해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 예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여야 간 시각차로 국회 심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7일 정례회동을 하고 예산안 문제를 논의했으나 쟁점 사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민생예산'이라면서 최소한의 삭감만 하고 시한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공무원 증원 예산 등을 '포풀리즘 예산'으로 규정해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예산안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172건, 25조 원가량의 예산이 보류됐다"면서 "기한 내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당이 예산안을 조금도 손대지 못하게 하고, 철밥통 공무원 늘리기라든지 최저임금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그런 행태를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공무원 증원에 대해 공공부문 구조개혁, 인력배치 효율화 등이 선행해야 한다고 했지만, 여당이 묵묵부답"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새해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섬에 따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차원의 예산심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쟁점과 연관된 172개 항목, 25조 원은 본격적인 논의조차 못 한 상태다. 여야가 큰 이견을 보이는 예산으로는 공무원 증원, 일자리 안정자금 이외에 아동수당, 기초연금,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누리과정 등 6개 사업이 꼽힌다. 법정 처리 시한을 코앞에 두고도 쟁점 사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자 여야는 두 개 채널을 통해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즉 3당의 여야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2 회의'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예결위 3당 간사로 구성된 '예산안 조정 소소(小小) 위원회'를 동시에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새해 예산안은 법정시한 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이 최선이다. 예산안은 작년까지 5년 연속 법정시한 내에 처리됐다. 2012년 시행된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도 한몫했다. 새 국회법에는 국회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법정시한 전날인 12월 1일 정부의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하게 돼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여야가 정부 원안을 놓고 표결을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작년까지 5회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지켰는데 금년도 꼭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예산의 낭비적 요소가 없는지, 경제성장과 국민 생활 안정을 견인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짜였는지, 국가재정에 과도하게 부담을 주지는 않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7.1% 늘어나 사상 최대규모다. 특히 일자리 안정자금 등 보건·복지 분야 예산이 146조2천억 원으로 12.9% 늘었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0% 줄어든 17조7천억 원에 불과하다. 예산안의 골격이 크게 바뀐 만큼 따져볼 내용도 많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가 핵심 쟁점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조차 하지 않다가 뒤늦게 법정시한에 쫓겨 졸속, 부실 심의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예산안 심의가 졸속으로 진행되면 국민이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국회와 여야 정당은 남은 닷새 동안 밤을 새워서라도 예산안을 충실하게 심의하기 바란다. 쟁점에 대해선 주권자이자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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