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3연패, 완전히 형편없었다"
'올림픽 모의고사' 앞둔 백 감독 "소중한 경험될 것"
(진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2017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EIHC) 오스트리아컵 결과에 대해 "완전히 형편없었다(totally crap)"며 격한 표현을 썼다.
세계 랭킹 21위인 한국은 지난 12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막을 내린 이 대회에서 덴마크(14위), 오스트리아(16위), 노르웨이(9위)와 차례로 격돌해 3전 전패를 당했다.
한국은 기본적인 퍽 연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졸전 속에 수비 조직력까지 완전히 흔들리며 3경기에서 득점은 8점에 실점은 2배가 넘는 20점에 달했다.
백 감독이 27일부터 충북 진천의 진천선수촌에서 예정에 없던 2주간의 합숙 훈련을 잡은 것도 EIHC 오스트리아컵에 대한 통렬한 반성 때문이다.
백 감독이 2014년 7월 부임한 이후 대표팀이 국제대회를 앞두고 합숙 훈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이 상태의 경기력으로는 다음 달 중순에 만나는 세계적인 강호들에게 톡톡히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일정에 없었던 2주간의 합숙 훈련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다음 달 11일 출국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에서 2017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남자 대표팀 랭킹 1위의 캐나다와 2위 러시아, 3위 스웨덴, 4위 핀란드, 6위 체코와 격돌한다.
이날 대표팀 첫날 합숙 훈련이 진행된 진천선수촌 빙상장에서 만난 백 감독은 "EIHC 오스트리아컵 대회는 정말로 형편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주전 골리 맷 달튼이 빠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실수가 너무 잦았다. 팀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백 감독이 부랴부랴 합숙 훈련 일정을 잡은 탓에 박용수(영어명 리처드 박) 코치를 비롯해 대표팀 일부 선수들은 개인 일정과 소속팀 일정이 겹쳐 당분간은 훈련에 함께하지 못한다. 부상으로 훈련이 어려운 선수도 여럿이다.
백 감독은 이런 상황에 개의치 않고 이번 합숙 훈련에서 세부 전술까지 꼼꼼하게 다진다는 목표 아래 하루 두 차례의 빙상 훈련을 하는 등 빡빡한 훈련 스케줄을 만들었다.
그나마 진천선수촌 빙상장이 최근 완공돼 원할 때면 언제든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다. 그동안은 대관 문제 탓에 대표팀 훈련에 제약이 있었다.
백 감독은 "왜 하필이면 올림픽을 코앞에 둔 지금 이 시점에 완공된 건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시설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훈련할 수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모아서 강도 높게 훈련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세계적인 강호에 비해 분명하게 열세인 체격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상대적 강점인 스피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런데 현대 아이스하키의 흐름 자체가 스피드와 템포를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한국은 그 유일한 강점이 빛을 잃었다. 이번 EIHC 오스트리아컵에서 키 190㎝가 넘는 북유럽 선수들의 스피드는 오히려 한국을 압도했다.
그래서 백 감독이 이번 합숙 훈련을 통해 더욱 강조하는 것이 스피드와 템포다.
그는 "이번 합숙 훈련을 통해 스피드와 템포를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 그게 주요 목표"라며 "우리처럼 빠른 아이스하키를 구사하는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해결책을 찾는 것도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백 감독은 EIHC 오스트리아컵 결과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소속팀에서 뛰던 선수들이 갑자기 대표팀으로 경기하면 전략상 혼란이 올 수 있다. 이번에 합숙 훈련을 마련한 것도 짧은 소집훈련으로는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은 사실상 미리보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별리그 A조에서 맞붙는 캐나다, 체코와 미리 격돌하기 때문이다.
백 감독은 "우리에게 정말로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걷기 전에 뛸 수는 없다.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경기는 우리의 문제점을 발견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드러난 문제점을 하나씩 고치면서 하루하루 발전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발전을 거듭해 올림픽이 됐을 때 모든 게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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