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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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 그러나 전쟁에서 고통받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동물이 그들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전쟁에 동원돼 목숨을 잃는다.
신간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는 제목 그대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년 동안 다양한 역할로 전쟁에 사용된 동물의 역사를 보여주며 인간이 얼마나 동물이라는 '타자'의 고통에 둔감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기계화된 운송수단이 개발되기 전 동물은 군인들의 탈 것으로 주로 이용됐다. 군마로 이용된 말이 대표적이다. 코끼리 역시 이런 용도로 이용되곤 했다. 코끼리 가족을 먼저 몰살한 후 어미를 잃은 어린 코끼리를 포획하는 식으로 코끼리를 잡는다.
'인간의 오랜 친구'인 개는 전쟁 동원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다. 정찰, 감시, 전령 역할은 물론 그 자체로 무기로 쓰이기도 했다.
2차 대전 때 소련은 독일 탱크 폭파에 개를 이용했다. 소련군은 탱크 밑에 먹이를 두고 찾도록 개를 훈련했다. 그런 다음 폭발물을 매단 굶긴 개를 전투장 한가운데 풀어놓는다. 훈련받은 개가 먹이를 찾아 탱크 밑으로 들어가면 등에 짊어진 폭발물을 폭파시킨다. '자살폭탄 테러범'이 되는 셈이다.
동물은 무기연구를 위한 생체 실험에도 동원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샐리그만은 1960년대 개를 우리에 가둬놓고 빠져나갈 여지를 전혀 주지 않은 채 전기충격을 반복적으로 가해 개들을 심리적으로 파괴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서 얻어진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개념은 이후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군이 죄수를 심문하고 고문할 때 이용됐다.
동물은 다친 군인의 치료를 위한 훈련도구이기도 했다. 미국 국방부는 1950년대부터 이른바 '부상 실험실'을 운영했다. 이곳에서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동물을 일부러 다치게 한다. 총으로 쏘고 칼로 찌르고 볼트 절단기로 뼈를 부러뜨린다. 그런 다음 인간이 이를 치료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생체훈련에만 사용되고 죽는 돼지와 염소의 숫자가 매년 9천 마리에 육박한다.
호흡을 위한 응급조치인 기관 내 삽관 훈련에는 족제비과의 페럿이 쓰였다. 매년 60여 차례 강제로 연약한 페럿의 목에 딱딱한 관이 삽입된다.
동물은 군에서 인간을 타락시키는 도구로도 활용됐다. 나치 독일의 SS친위대 정예요원들은 12주 동안 각각 독일 셰퍼드 종을 한 마리씩 배분받아 친밀하게 호흡을 맞췄다. 이후 그들은 상관 앞에서 개의 목을 부러뜨림으로써 정예대원으로서 필요한 규율과 복종의 자질을 획득했음을 증명했다.
현대에 와서는 로봇 공학을 통해 동물 군사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첨단과학기술연구소는 곤충의 생애 초기에 기계를 이식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를 후원한다. 예를 들어 나비는 먹지 않고도 수천 마일을 날아갈 수 있어 장거리 임무 수행에 적합하다. 나비 애벌레를 변형하면 성체가 됐을 때 인간의 조종을 받으면서도 일반 나비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날개 길이가 25cm 가까이 되는 아그리파나밤나방은 소형 수송선의 역할을 할 수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책은 이 밖에도 폭격이나 서식지 파괴를 통한 부수적 피해, 교전에서 남겨진 반려동물이 굶주리다 죽게 되는 일까지 인간이 벌이는 전쟁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전하며 전쟁에 대한 미화나 정당화를 중단할 것을 이야기한다.
학자와 동물권 운동가, 수의학 박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쓴 글을 묶은 책으로, 동물전문 1인 출판사인 '책공장더불어'에서 펴냈다. 곽성혜 옮김. 324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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