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가짜 뉴스'의 확산이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이 자신들도 '가짜 뉴스'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내년 봄 이탈리아 총선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감독을 요청했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 뉴스' 문제는 실재하는 현상"이라며 가짜 뉴스로 야기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 유럽의 인권, 언론 자유 문제 등을 다루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내년 봄으로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뉴스와 토론 등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디 마이오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오성운동 지지자들이 오보를 퍼뜨리고, 민주당을 비방하기 위해 상호 연결된 인터넷 계정을 사용한다고 비난한 직후 나온 것이다.
지난 주 오성운동을 지지하는 비공식 페이스북 계정들은 집권 민주당 대표인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측근이 장례식에 참석한 사진을 올리고, 그가 최근 사망한 마피아 수괴 살바토레 리이나의 장례식에 간 것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작년에 진행된 살해된 난민의 장례식 당시 촬영된 것으로 밝혀져 '가짜 뉴스'로 판명됐다.
디 마이오 대표는 또 오성운동을 '가짜 뉴스'의 확산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는 이탈리아 언론사들의 보도에 대해서도 "기성 언론이 오성운동을 왜곡 보도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오성운동은 공영방송 RAI의 경우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고, 거대 민영 방송은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소유해 오성운동에 편파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친기업적인 이탈리아의 유력 일간지들도 반(反)부패를 강조하며, 거대 기업에 비판적인 오성운동에 비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등 실제로 이탈리아 대다수 기성언론은 오성운동에 적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렌치 전 총리는 OSCE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디 마이오 대표의 발언에 대해 "OSCE의 감독을 요청하는 디 마이오 대표가 왜 끊임 없이 쓰레기 같은 소식을 올리는 동료들에게 전화를 해 (그런 행위를) 말리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특정 웹사이트의 폐쇄를 원하지는 않지만 책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민주당은 앞으로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는 가짜 뉴스의 제작, 확산 등에 대해 매달 2차례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성운동은 최근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28%를 기록, 24%에 그친 민주당, 15%를 기록한 FI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오성운동은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터라 내년 총선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극우정당 북부동맹(LN), 이탈리아형제당(FDI) 등이 손을 잡은 우파 연합이 최다 의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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