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전 군경찰 수장 거론…극우정당 대표 "협의 안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년 봄으로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파 진영이 총리 후보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우파정당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끌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는 26일 공영방송 RAI의 인기 토크쇼에 출연해 "우파 연합의 총리 후보로 레오나르도 갈리텔리 전 군경찰 수장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갈리텔리는 2009∼2015년 이탈리아 군경찰인 카라비니에리의 청장을 지낸 인물로 현재는 이탈리아 반도핑 기구를 이끌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방송에서 "총리 후보감으로 여러 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그 중 한 명은 자신의 직책에서 성공을 거둔 능력자이자,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갈리텔리 장군"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6월 이탈리아 지방선거 압승과 이달 초 시칠리아 주지사 선거 승리를 견인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3년 탈세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이탈리아 법률에 따라 2019년까지 공직 진출이 금지된 터라 내년 총선에서는 직접 총리 후보로 나서지 못한 채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그가 자신에게 적용된 공직 진출 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며 이탈리아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지난 주 심리를 개시했으나 내년 총선 전까지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여겨진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앞서 몇 개월 전에는 우파 진영의 총리 후보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CEO) 세르지오 마르키오네를 거론한 바 있다.
그가 차기 총리 후보로 또 다른 인물을 언급하자 FI와 함께 우파 연합을 구성하는 정당인 북부동맹(LN)의 마테오 살비니(44) 대표가 발끈하고 나섰다.
자신이 우파 진영의 총리 후보가 돼야 한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내비쳐 온 살비니 대표는 27일 현지 라디오에 출연해 "갈리텔리가 우파 진영의 총리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해 베를루스코니와 전혀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파 진영은 총선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은 정당에서 후보를 내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FI와 LN는 현재 15% 안팎의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한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RAI의 토크쇼에서 내년 총선 후 FI가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과 대연정을 구성할 것이라는 정가의 관측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중도 우파의 총선 승리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FI가 반(反)이민·반(反)유럽 연합 성향의 LN, 이탈리아형제당(FDI)과 연대한 우파 연합은 약 35%의 지지율을 얻고 있어, 지지율이 각각 28%, 24% 수준인 제1야당 오성운동, 집권 민주당을 제치고 내년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구도에서는 어떤 세력도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과반 의석 확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가에서는 총선 후 FI와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손을 잡을 것이라는 예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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