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최고사령관과 면담서 종교·인종 차별 에둘러 언급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 방문 첫 일정으로 로힝야족 '인종청소'의 책임자인 군 최고사령관을 만나 로힝야족 문제를 에둘러 언급한 가운데,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 방문 첫날인 27일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을 숙소로 초청해 약 15분간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애초 군 최고사령관과의 면담은 미얀마 방문 마지막 날인 오는 30일로 예정되어 있었고 단독면담 여부도 불투명했지만, 예정보다 일찍 단독면담을 하면서 대화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최고사령관과 (미얀마의) 전환 시기에 정부의 책무에 관해 논의했다"고 전했고,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종교·종파 간 평화와 통합,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미얀마에는 종교 또는 인종을 이유로 한 학대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미얀마 관영 일간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도 최고사령관이 교황의 방문을 환영하면서 "군부는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미얀마 소수민족 간에 차별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이 종교 간에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국가의 번영을 주도할 것이라는 생각과 미얀마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비록 로힝야족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교황은 사태의 핵심인 종교·인종 간 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이종교간 화합을 강조함으로써 가장 존경받는 종교인의 역할을 한 셈이다.
군 최고사령관과의 회동으로 미얀마에서의 공식 일정을 시작한 교황은 28일 행정수도인 네피도로 건너가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수치의 '오른팔'인 틴 초 대통령 등을 면담한다.
이후 2차례의 행사를 통해 미얀마 내 천주교 신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과도 만난다.
그러나 교황이 군 최고사령관과 면담에서 주고받았던 대화 수준 이상으로 로힝야족 문제를 거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동안 로힝야족에 대한 증오와 차별을 선동해온 강경 불교도들이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만큼, 로힝야족을 직접 언급할 경우 반(反) 로힝야 정서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우 불교단체인 '마 바 타'(Ma Ba Tha, 민족종교 수호를 위한 애국연합)는 교황의 방문을 환영한다면서도 그가 공개적으로 로힝야족 문제를 언급할 경우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교황청의 버크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힝야족에 관한 언급을 자제해달라는) 충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서도 "다만 로힝야족이 금지된 표현이 아닌 만큼 미얀마 방문 중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