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적폐수사, 역풍에 속도조절 대신 MB청와대로 직진(종합)

입력 2017-11-28 22:08   수정 2017-11-2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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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적폐수사, 역풍에 속도조절 대신 MB청와대로 직진(종합)

원세훈 전 국정원장 2개월만에 소환…김태효 전 靑비서관 압수수색

김관진 등 석방에도 강공 선택…일각의 피로감 지적 속에 '속도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주요 구속 피의자들의 잇따른 석방으로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은 검찰이 '적폐수사'의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의혹의 '본진'격인 이명박 정부 청와대를 향해 오히려 속도를 내는 길을 선택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8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고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의 이날 움직임은 양대 축인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각종 정치개입 의혹 수사 흐름에서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원 전 원장은 현재 수사 중인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 정치인·문화예술인 제압 및 지원배제 공작, 공영방송 장악 기도 등 각종 의혹의 '정점'에 있다.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9월 26일 이후 두 달 만에 원 전 원장을 다시 소환함에 따라 각종 의혹의 공범으로 적시된 원 전 원장을 기소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그가 재임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청와대로 수사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태효 전 비서관 역시 군 사이버사가 정치개입 활동을 벌이고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등 청와대와 군 사이의 소통 채널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인물이다.

검찰은 국방부의 사이버사 관련 대통령 보고 자리에 김 전 비서관이 배석하고 있었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나 국군·국방부 등을 넘어 정부 전체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인사를 대상으로 강제수사가 이뤄진 점에서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지시·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수사는 당시 청와대에서 국정원과 국방부 등을 담당하는 보고 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 체계의 정점에 있는 이 전 대통령까지 속도감 있게 수사가 진행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국방부 김관진 전 장관과 임관빈 전 정책실장 등 구속된 핵심 피의자들이 줄줄이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수사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앞서서는 주요 수사 대상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져 야권 등 일각에서 '정치적 수사'라며 정당성을 흔드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기존 혐의의 증거관계를 다듬는 등 수사 속도를 늦추고 바닥 다지기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검찰은 오히려 수사의 최종 목적지인 당시 청와대를 향해 강공에 나섰다.

파견 검사들을 마냥 수사팀에 묶어둘 수 없는 데다, 수사가 늘어지면 사회적으로도 '피로감'이 쌓여 역풍이 거세질 수 있으므로 핵심 줄기를 중심으로 신속히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한 건 한 건이 헌법의 대원칙을 무시한 채 기본권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정치적 사건에 대한 수사가 아니다"라며 흔들림 없이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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