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예능 유행,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윤후란 어린이가 아버지 윤민수 씨와 카레 치킨을 만드는 것만 40분을 내보내는데, 왜 인기가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웃음)"
MBC TV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성동명사특강'에 강연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 PD는 이날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강연에서 '무한도전'의 탄생 과정과 12년간 겪은 시행착오, 최근 방송 트렌드에 대한 생각들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김 PD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관찰형 예능'의 인기에 대해 "'무한도전'의 출연진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등 대부분이 개그맨 출신이기 때문에 늘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집중해왔다"며 "그래서 처음에는 '아빠! 어디 가?'나 '미운 우리 새끼' 등 관찰 예능을 보면서 어디서 웃음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때 개그맨 출신이 아닌 노홍철 씨가 '왜 우리 입장에서만 생각하느냐. 시청자들은 재밌게 보는데'라며 우리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며 "그게 2013년이었는데 '무한도전'이 변화한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무한도전' 팀은 MBC 장기 파업 여파로 12주 만인 지난주 복귀했다.
김 PD는 이에 대해 "연말까지는 서서히 정상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무한도전'은 현재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프로그램 시작한 지 12년이 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어왔지만 최근에는 방송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재밌는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시청자가 골라보기 좋은 환경이 됐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훨씬 다가가기 힘든 시장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든 볼 수 있는 시대가 됐고, 세대별로 프로그램을 접하는 기기도 달라졌다"며 "시청률 집계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지상파는 기존 방식을 따른다"고 지적했다.
김 PD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 점점 열악해지는 방송 제작 환경도 꼬집었다.
그는 "'무한도전'은 처음에 37분짜리 코너였는데 한때 100분까지 늘었다"며 "6명 멤버가 만들어낼 수 있는 웃음의 총량이 있는데 시간을 채우려다 보니 캐릭터가 바닥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새 멤버들이 방송에서 코카콜라를 마시고 특정 티셔츠를 입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간접광고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제작비를 벌려고 그런 일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 PD는 이처럼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12년간 함께한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도 깊이 표현했다.
"처음에 유재석 씨와 함께 일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게 이렇게 길게 올 줄 몰랐죠. 좀 더 깊게 생각했으면 '쇼! 음악중심'도 하고 더 다양하게 했을 텐데.(웃음) 처음에 멤버들의 '비호감' 캐릭터를 벗기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어요."
그는 "제 30대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라며 "결혼한 지 8년 차인데 아내가 제 '1순위'는 여전히 '무한도전'인 것 같다고 서운해한다. 저한테는 애증이 담긴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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