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입법회, 우산혁명 지지로 의원직 박탈 4명에 봉급 환수 결정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의원 자격을 박탈당한 홍콩 야당의원들이 그동안 받은 봉급마저 환수당해 1인당 수억 원의 돈을 토해내야 할 지경에 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가 28일 보도했다.
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입법회 행정관리위원회는 전날 특별회의를 열어 렁?훙(梁國雄) 전 사회민주연선 주석, 네이선 로(羅冠聰) 데모시스토당 주석, 라우시우라이(劉小麗) 전 의원, 에드워드 이우(姚松炎) 전 의원 등 4명의 봉급 환수를 결정했다.
봉급 환수에 따라 이들이 토해내야 할 돈은 1인당 270만 홍콩달러(약 3억8천만원)에서 310만 홍콩달러(약 4억3천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12일 의원 선서식에서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에 부합하는 의원선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해 7월 홍콩 법원에 의해 의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당시 선서식에서 이들은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든 채 선서하는 행동 등을 했다. 우산 혁명은 경찰의 최루탄 발사에 우산으로 맞서며 도로를 점거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홍콩 기본법 해석을 통해 진정성 있는 의원선서를 하지 않은 의원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규정했고, 홍콩 법원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자격 박탈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전날 입법회가 결정한 이들의 봉급 환수가 지난해 10월부터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들 의원이 지난해 10월부터 법원 결정이 내려진 올해 7월까지 적법한 의정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이들에게 주어진 봉급 일체를 환수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법적 근거를 요구하는 야당에 대해 위원회 측은 외부 변호사의 법률 자문 결과를 제시하겠다고 밝혔으나, 끝내 이를 제시하지 않았다.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주석은 "이러한 황당한 결정은 베이징의 적나라한 정치탄압에 불과하며, 야당의원들을 파산으로 몰고 가 다음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는 술수"라고 비판했다.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후 홍콩 통제를 강화하면서 홍콩에서는 법원이 중국 중앙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야당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하거나 자격을 박탈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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