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혁신성장을 체감할 선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전 부처의 장·차관, 여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성장이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구현과 함께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지만 아직 국민이 느낄 수 있는 단계까지 나가지 못했다는 뜻인 듯하다. 문 대통령은 이어 "혁신성장의 주역은 민간과 중소기업이고 정부는 민간의 혁신역량이 실현되도록 기술개발·자금지원·규제혁신 등을 지원하는 '서포트 타워' 역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부총리가 사령탑이 되어 각 부처와 관련 위원회 등이 역할 분담하면서 협업하는 체계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현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이번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는 핀테크(금융·기술정보 결합서비스) 등 혁신성장 선도 5개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문 대통령은 또 "현장 기반의 신속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성장에는 신산업·신기술 규제혁신이 필수며, 민간의 상상력을 낡은 규제와 관행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 결단만으로 가능한 규제혁신은 빠르게 결정해나가고 사회적 대화·타협이 필요한 것은 방안을 설계해주기 바란다"며 신속한 규제혁신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위원 주축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규제혁신 과제를 적극 발굴해달라"고 요청했다. 혁신벤처기업계는 그동안 혁신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낡은 관행과 규제를 지목하고, 민간 기업인들이 주체가 되어 혁신성장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규제혁신과 민간주도를 유독 강조하면서 벤처업계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 같아 주목된다.
혁신벤처업계가 이날 발표한 '혁신벤처 생태계 발전 5개년(2018∼2022년) 계획'도 같은 맥락에서 눈길을 끈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면 향후 5년간 2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 계획을 내놓은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벤처기업협회 등 8개 벤처기업 단체로 구성돼 있다. 벤처업계가 이런 정책 제안을 내놓은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이 협의회는 일자리 200만 개 창출의 전제로 ▲클라우드와 데이터규제 혁파 ▲법제 혁신 ▲민간중심의 정책 혁신 ▲기업가 정신 고양 ▲정부 연구·개발(R&D) 혁신 등 5대 과제를 제시했다. 크게 보면 규제혁신과 민간주도 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혁신성장 추진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인식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실현 가능한 혁신성장 전략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혁신성장은 말로 되는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이 주문한 것처럼 국민이 피부로 느낄 만한 구체적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공감대를 딛고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회에서 처리될 듯하던 '규제프리존특별법'에 제동이 걸린 것은 그런 의미에서 아쉽다.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맞지 않고 정책적 실효성도 의심된다는 반대 의견이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 법의 핵심은 일괄적인 규제 해제로 지역별 전략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우려도 있지만, 야당과 벤처업계가 찬성하고 있는 만큼 전향적 논의가 필요하다. 인력과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벤처업계의 특성을 생각하면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등의 유연한 적용도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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