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가족력에 삼형제가 심장이식…"제2의 삶에 감사"

입력 2017-11-2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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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가족력에 삼형제가 심장이식…"제2의 삶에 감사"

세브란스병원, '확장성 심근병증' 앓던 박씨 형제 연이어 수술 성공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심장이식수술은 기증자가 적고, 수술이 까다로워 국내에서 한해 200건도 채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심부전의 일종인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고 있던 삼형제가 의료기관 한 곳에서 무사히 이식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아 화제다.

세브란스병원은 박안식(65), 박성식(61), 박구식(57) 삼형제 모두에게 심장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외래 진료를 통해 추적관찰을 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박씨 형제가 앓은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장에 이상이 생겨 혈액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심부전의 일종이다. 현재 심부전 환자의 30~40%는 1년 안에, 나머지 60~70%는 5년 안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가족력으로 추정된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박씨 형제는 총 5명으로 이 중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은 둘째, 셋째, 넷째다.

이들 형제 중 가장 먼저 심장에 이상 증세를 느낀 사람은 셋째인 박성식씨로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 이후 지난 2015년 9월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수술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이어 동생인 박구식씨가 박성식씨와 비슷한 증상을 겪게 되면서 올해 2월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박구식씨의 경우 미국, 캐나다, 중국 등 해외 의료기관을 전전하며 치료법을 찾기도 했다.

삼형제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둘째인 박안식씨마저도 심장에 강한 압박을 호소하며 동생들과 같은 증상으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고, 지난달 심장이식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박안식씨의 경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 3~4개월 만에 수술을 받았다. 앞서 박성식씨와 박구식씨는 3~4년 정도 대기 기간을 거쳤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큰 고비를 넘긴 이들 형제에게 제2의 삶은 의미가 남다르다.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지난 1977년 형제의 곁을 먼저 떠났고, 아버지마저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투병생활 끝에 지난 1998년 세상을 등졌다. 심지어 오형제 중 막내는 초등학교 6학년 때(1980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셋째 박성식씨는 "부모와 형제를 질병으로 잃은 아픔이 컸기에 심부전 판정을 받았을 때 두려움이 더 컸다"며 "남은 형제끼리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목사인 박성식씨는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심장이식 가족 모임에서 시작 기도를 맡고 있다.

둘째 박안식씨는 "헌신적인 치료로 새 삶을 되찾게 해 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우리 형제들의 집안사와 투병 경험을 외부에 밝히는 게 한편으로 부담스러웠지만, 아직 심장이식을 망설이고 있는 더 많은 환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삼형제의 수술은 모두 강석민 심장내과 교수(주치의)와 윤영남 심장혈관외과 교수를 통해 이뤄졌다. 강석민 교수는 수술 전후 종합적인 관리를 맡았고, 윤영남 교수는 이식수술을 집도했다.

강 교수는 "형제들이 의료진을 믿고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수술이 성공했고, 경과도 좋은 것 같다"며 "심부전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분들에게 삼형제 사례가 큰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k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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